태풍 상륙 후 느리게 북진… 농산물 피해 키울 듯내달 추석 앞두고 사과·배 등 성수품 수급 어려움 예상배추·무 등 한달새 2배이상 뛰어… '김장대란' 우려도서울 버스요금 12일부터 300원↑… 광역버스 요금 3000원휘발윳값 10개월여만에 1700원 돌파… OPEC+ 감산에 상승세
  • 태풍 카눈.ⓒ연합뉴스
    ▲ 태풍 카눈.ⓒ연합뉴스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해 북진하는 가운데 물가 관리에 초비상이 걸렸다. 장마철 집중호우로 밥상물가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태풍 피해가 농산물 가격 상승을 부추길 전망이다. 설상가상 국제유가 상승에 공공요금 인상마저 초읽기에 들어갔다.

    10일 기상청은 제6호 태풍 카눈이 오전 9시20분쯤 경남 거제 부근으로 상륙했다고 발표했다. 상륙 직전까지 강도가 '강'을 유지했던 카눈은 상륙하며 세력이 약해져 '중' 강도로 위력이 약해졌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이동경로상 한반도를 느린 속도로 종단할 거라는 전망이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다.

    고속철도 등 일부 열차운행이 중단됐고 이날 오전 8시30분 기준으로 항공편 452편이 무더기 취소됐다.

    교육부는 태풍 북상에 대비해 학사 운영 일정을 조정한 전국의 유치원, 초·중·고교가 총 1579개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반도를 종(縱) 방향으로 훍고 지나갈 것으로 예고된 태풍 카눈은 인적·물적 피해뿐 아니라 그동안 하향 안정화 기조를 보였던 물가도 들쑤셔 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6월(2.7%)보다 더 낮아졌다. 지난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문제는 대부분 전문가가 8월 물가지표부터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물가는 6.3%로 정점을 찍었다.

    농·축·수산물은 0.5% 하락했지만, 7월 하순 폭우 영향은 8월 물가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7월 농산물 가격은 한 달 전과 비교하면 4.7%나 올랐다. 채소류가 7.1%나 뛰었다. 상추 83.3%, 시금치 66.9% 등이다.

    일상생활에서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는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구성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1.8%였지만, 이 중 식품은 4.1% 올랐다.

    태풍 카눈은 경상서부 지역에서 충북, 경기 동부를 지나 북한으로 넘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집중호우 피해가 온전히 가시기도 전에 강풍과 물 폭탄으로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 농산물 작황에 악영향을 끼쳐 밥상물가를 흔들 것으로 관측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추석 명절이 다음 달 하순으로 다가온 상태다. 지난 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관측 8월호 과일' 보고서에서 올해 기상 여건 악화로 사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8.7%, 배는 21.8% 각각 감소할 거로 예측했다. 사과(홍로 품종) 가격은 10㎏에 5만5000원(도매가 기준)으로 1년 전보다 5.6%, 배(원황 품종)는 15㎏당 4만8000∼5만2000원으로 10.9∼20.1% 각각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태풍 카눈은 과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추석을 앞두고 '김장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배추, 무 등 일부 채소류 가격이 한 달 새 2배 이상 급등한 가운데 태풍 여파로 생육에 지장이 생기면 수급이 불안할 수 있어서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를 보면 9일 현재 배추 10㎏ 가격은 2만3080원으로, 한 달 전(9189원)보다 151.2% 급등했다. 무(20㎏)도 같은 기간 1만2170원에서 2만8500원으로 134.1%나 뛰었다. 여름배추는 6월 중순~10월 중순 시장에 공급된다. 불볕더위나 태풍, 장마 등에 따라 생육이 악화할 경우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 이맘 때에도 작황 부진으로 김장 재룟값이 오르면서 김장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잖았다.
  • 시내버스.ⓒ연합뉴스
    ▲ 시내버스.ⓒ연합뉴스
    공공요금도 서민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서울시는 오는 12일 오전 3시부터 시내버스 요금을 일반카드 기준으로 간·지선 1500원, 순환·차등 1400원, 광역 3000원, 심야 2500원, 마을버스 1200원으로 각각 조정한다고 10일 밝혔다. 간·지선버스와 순환·차등버스, 마을버스는 300원씩, 광역버스는 700원, 심야버스는 350원 각각 오른다.

    16년간 동결됐던 청소년·어린이 요금도 함께 인상했다. 청소년은 일반요금의 60%, 어린이는 37% 수준이다.

    서울 지하철 요금도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오는 10월7일부터 기본요금이 교통카드 기준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인상된다.

    공공요금은 물가 내림세에도 서민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었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요금은 1년 전보다 21.1% 상승했다. 7월 전체 물가상승률 중 기여도가 0.71%포인트(p)로 31.4%를 차지했다.
  • 휘발유 가격 1700원대 진입.ⓒ연합뉴스
    ▲ 휘발유 가격 1700원대 진입.ⓒ연합뉴스
    차량 유지비도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0일 오전 11시 현재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날보다 2.72원 오른 ℓ당 1705.28원이다. 휘발유 가격이 170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9월27일(1705.43원)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휘발유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지난해 6월 210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올해 6월부터 다시 반등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48달러(1.78%) 오른 배럴당 84.40달러에 마감했다. WTI는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감산 등이 영향을 끼쳤다.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다음 달 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도 9월에 석유 수출을 하루 30만 배럴씩 줄이겠다고 했다. 당분간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