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제유가·국민부담 고려… 상황봐서 재연장 여부 결정할 것""10월부터 수출 플러스 전환 전망… '상저하고' 경기 전망 유지""中 부동산 위기, 국내 금융시장 직접적인 영향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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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물가 불안에 유류세 한시 인하 조처를 오는 10월 말까지 다시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례적으로 2개월만 연장하고 이후로는 국제유가 동향 등을 살펴 추가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상반기에만 40조 원쯤 펑크난 세수 부족 상황을 고려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처와 관련해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고, 이에 따른 국민 부담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며 "(오는) 10월 말까지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연장해 유가 상승에 대한 국민 부담을 완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유류세 인하 폭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휘발유는 리터당(ℓ)당 25%, 경유는 ℓ 당 37%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기간을 우선 10월 말까지로 제한하고, 종료 시점에 국제유가 등의 여건을 살펴 재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만 연장하는 배경은 세수부족 사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세수는 1년 전보다 39조7000억 원 덜 걷혔다. 이 중 교통·에너지·환경세는 1년 전과 비교해 7000억 원이 감소했다. 이를 연말까지 연장한다면 정부는 또 7000억 원쯤의 교통·에너지·환경세수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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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다음 달부터는 수출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고 10월부터는 무역수지가 불황형 흑자가 아닌, 기조적인 흑자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드러냈다.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 전망도 유지했다.추 부총리는 무역수지와 관련해 "8월에는 여름휴가 기간이 겹치면서 계절적으로 수출이 부진한 월별 특수성이 있다. 9월부터는 무역수지가 기조적으로 흑자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10월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로 진입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6월과 7월 무역수지는 각각 11억 달러와 17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더 줄어든 이른바 '불황형 흑자'를 나타내면서 수출 회복세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왔다.추 부총리는 "최근 수출 물량 지표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수출 감소 폭도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며 "수출도 바닥을 다지고 회복을 위한 기지개를 켤 단계"라고 강조했다.추 부총리는 대내외 주요 기관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에 대해선 "'상저하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현재 시점에서 정부의 전망치(1.4%)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어 "각 기관은 애초 유럽 등 해외 경제 상태를 낙관적으로 했다가 계속 수정 전망하면서 수치의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반면) 정부는 일찍이 한국 경제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수치를 제시하면서 경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2%포인트(p) 낮춘 1.3%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5%로 내려잡았다.다만 추 부총리는 "중국 경기의 불확실성과 글로벌 금융 불안, 유가 급등 등 불확실한 요인들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만약 중국 경제 불안이 장기화하는 등 외부 불안 요인이 커지면 경제 전망을 다시 수정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추 부총리는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 위기로 촉발된 금융권 불안과 관련해선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 부동산 기업인 비구이위안(碧桂園)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와 관련해 "중국 내 금융기관과 중국 당국의 대응을 지켜봐야 한다. 지금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필요할 경우 관계당국과 협의해 적절히 대응하겠다. 당장 우리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