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16년 만에 최저환율 연고점 찍고 코스피 내리고국제유가 80달러선 '붕괴'中 위기론·美 통화 긴축 우려
  • ▲ 중국 베이징 시민ⓒ연합뉴스
    ▲ 중국 베이징 시민ⓒ연합뉴스
    중국발 금융쇼크가 확산되며 위안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중국 통화당국은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 매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위엔/달러는 장중 7.3490까지 치솟았다. 한창 강달러를 과시했던 지난해 11월 최고점 7.3위안을 넘어선 수준이다. 상하이외환시장에서 역내 환율은 7.31달러까지 급등해 2007년 12월 이후 16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기조를 재확인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국영은행들이 해외 지점을 통해 달러를 팔아치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유 달러를 시장에 풀어 위안화 약세를 방어하려는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는 이틀 연속 대규모 단기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인민은행은 이날 1.8%의 금리로 1680억위안 규모의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 거래를 실시했다. 달러로 233억1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31조원이 넘는 규모다. 인민은행은 전날에도 2990억위안 규모의 역환매조건부채권을 풀었고, 지난 15일에는 살포 금리를 0.1%p 인하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 경기 침체 우려에 위축된 투자 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한 당국의 노력으로 해석된다. 인민은행은 "은행 시스템의 유동성을 합리적이고 충분하게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 ▲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79포인트(0.23%) 하락한 2519.85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5.1원 오른 1342원으로 마쳤다ⓒ연합뉴스
    ▲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79포인트(0.23%) 하락한 2519.85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5.1원 오른 1342원으로 마쳤다ⓒ연합뉴스
    침체 시그널 곳곳에… 글로벌 시장 긴장

    중국 통화당국의 노력에도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경기 침체 시그널은 감추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 중 하나인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 회사가 발행한 내년 1월 27일 만기 채권 평가금리는 1967%에 달한다. 무디스 기준 신용등급은 Caa2로 사실상 투매 대상으로 전락했다.

    중국발 금융 쇼크는 원화 시장에도 그대로 전이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5.1원 오른 1342원으로 마쳤다. 지난 10일 이후 5거래일 연속 상승이며 이 기간동안 26.3원 치솟았다. 원/달러는 이날 장중 1343원까지 올라서며 지난 5월 17일 연고점을 터치하기도 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상승폭이 달러인덱스보다 큰데 원화가 위안화 약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연동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중국 부동산업체 채무 불이행 우려 등 위험회피심리를 자극하는 이벤트가 연달아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5.79p(0.23%) 내린 2519.85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7.75p(0.88%) 오른 886.04로 마감했다.

    중국발 리스크는 기세를 올렸던 국제 유가까지 끌어내리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1.99% 내린 배럴당 79.38달러에 마감했다. 유가가 80달러 밑으로 내려선 건 2주만이다. 북해산브렌트유 가격도 1.7% 내린 배럴당 83.45달러를 기록했다.
  • ▲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연합뉴스
    ▲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연합뉴스
    미국에 달렸다… 연준에 쏠린 눈

    시장의 관심은 연준의 발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오늘 25일 잭슨홀 연례 심포지움에서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의견을 밝힌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성장률은 계속 좋게 나오지만,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모두 부진한 상태"라며 "미국의 긴축이 길고 강해질수록 우리 경제에 쌓이는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준이 오늘 9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11월에는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워드 듀 BofA 이코노미스트는 "역사적으로 9월보다 11월에 금리를 인상한 후 시장 변동성이 더 높았다"고 했다.

    연준 금리 전망을 반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연준의 9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86.5%로 보고 있지만, 11월에도 이를 유지할 가능성을 56.9%로 낮춰 보고 있다. 반면 0.25%p 인상 가능성은 38.5%로 반영하고 있다.

    반면 연준이 11월 금리 인상을 종료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사실상 금리 인상 주기가 끝났다는 전망과 함께 내년 6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