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패스트 美 증시 상장, 레거시 OEM 시총 추월저가 전기차 기대감 반영, 할인 경쟁 부추겨LFP 배터리 탑재 모델 양산, 저가경쟁 가속
  • ▲ 2000만원대 전기차 빈패스트 VF5의 모습 ⓒ빈패스트 홈페이지
    ▲ 2000만원대 전기차 빈패스트 VF5의 모습 ⓒ빈패스트 홈페이지
    전기차 가격 경쟁이 기존 모델 할인과 더불어 저가형 전기차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 수익성보다 점유율을 우선하는 경쟁이 이어지면서 레거시 업체들도 동참, 향후 저가공세가 거세질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전기차 제조기업 빈패스트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증시 나스닥에 상장됐다. 첫 날 시가총액 850억 달러(약 113조)를 돌파하며 400억 달러대에 분포한 미국 전통 제조사 포드와 GM을 크게 따돌려 화제가 됐다. 850억 달러는 현대차·기아 시가총액보다 높은 수준이다.

    빈패스트가 미국 증시에서 높게 평가받은 이유는 미국 사업진출과 빈 그룹의 자금력, 베트남 시장의 확장 가능성 등이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에 전기차 999대를 수출하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또한 노스캐롤라이나주에 40억 달러 규모 전기차 공장을 착공해 2025년부터 연간 최대 15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레거시 업체들의 시가총액까지 뛰어넘는 기대감이 반영된 주된 이유로는 향후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의 중요성을 입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빈패스트가 현재 판매하는 차종은 VF5 플러스와 VF e34, VF8, VF9 등 4종이다. 이중 가장 저렴한 VF5 플러스는 2만3000 달러(약 3100만원)로, 배터리를 제외하면 판매 가격이 2만 달러(약 2700만원)까지 내려간다.

    전기차 가격 경쟁은 신생업체뿐 아니라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놓고 선두업체들이 주도하는 양상이다.

    테슬라는 14일 중국에서 모델Y 가격을 각각 1만4000위안(약 260만원) 인하한 데 이어 16일 모델S와 모델X를 각각 7만위안(약 1280만원) 내린다고 발표했다. 중국 전기차 점유율 1위업체인 BYD는 가격을 7만8000위안(약 1430만원)까지 낮춘 모델 ‘시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기차 점유율 선두업체들이 가격을 내리면서 레거시 업체들도 가격할인과 더불어 저가 모델 개발에 동참하고 있다.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 F-150라이트닝 가격을 1만 달러(약 1300만원) 가량 인하했다. 기아는 3000만원대 전기차 EV3를 개발중이며, 스텔란티스도 비슷한 가격대 시트로엥 e-C3 공개를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이 속속 출시되면서 저가모델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출시한 테슬라 모델Y 후륜구동 모델에 LFP 배터리가 내장되면서 가격이 2000만원이상 낮춰졌다. KG모빌리티는 9월에 BYD의 LFP 배터리를 장착한 토레스 EVX를 출시하며, 기아가 같은 달 출시 예정인 레이 EV에도 LFP 배터리가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확장세가 정체 상태인 현시점에서 저가 모델 개발이 필연적인 수순이라고 분석한다. 제조사 입장에서 당장 수익성은 부족하지만, 점유율을 바탕으로 향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연계할 것을 기대한다는 점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 들어 국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남는 만큼 이미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있는 사람들은 구매했다고 보는 게 맞다”며 “차량 가격과 활용도, 충전비용까지 따져서 구매하는 이들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저가형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이어 “제조사들은 현재 차량 가격을 할인하고 저가 모델을 만들면서 당장 수익성은 부족해 보일 수 있다”며 “향후 빅데이터 수집과 충전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해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으로 여겨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