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각 다투는 대동맥 영역… 불필요한 절차 최소화응급실 경유 없이 교수가 콜받고 바로 전원 처리필수·응급의료 새로운 모델 구축이 강점적정수가 동시에 의료진 소송 등 국가 지원책 절실
  • ▲ 주현철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대동맥센터장. ⓒ세브란스병원
    ▲ 주현철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대동맥센터장. ⓒ세브란스병원
    국내 필수의료와 응급체계의 미흡함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대동맥 박리'의 위험성이 강조되고 있다. 온몸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대동맥의 내막이 찢어지고 파열까지 진행되면 급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1분 1초가 시급해 골든타임 확보가 핵심인데 대동맥 분야는 극히 제한적 인력 풀로 가동돼 응급실 뺑뺑이를 일으키는 주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결국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료진의 희생정신을 담보로 구조적 혁신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최근 주현철 세브란스병원 대동맥센터장(흉부외과교실 심장혈관외과)은 본보와 약속했던 인터뷰 시간을 응급수술로 인해 급하게 미뤘다. 그 기다림은 당연한 부분이었고 일상이 촌각을 다투는 영역에 있음을 일부 체감했다. 

    그의 외래 진료는 수요일 오후에만 가능하고 겨우 시간을 확보해 격주 금요일 대동맥 신규환자를 받고 있다. 나머지 시간은 전부 수술 일정이다. 주말까지 이어지는 '콜 대기'를 비롯한 강행군을 지탱하는 힘은 환자를 살리려는 각오에서 비롯된다. 

    주 센터장은 "급성 대동맥 질환으로 혈압을 유지하지 못하면 쇼크와 함께 의식을 잃을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혈액 흐름이 끊겨 신부전·간부전은 물론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된다"며 "골든타임 내 환자를 봐야 하는 것이 이 분야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 응급실 경유 없이 대동맥센터 직행 

    세브란스병원이 지난 5월 심장혈관병원 대동맥센터를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 개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통상 국내 의료체계에서 대동맥 질환 환자를 타 병원으로 전원시키려면 응급실을 거쳐야 한다. 전원 희망 병원은 처치를 할 수 있는 응급실 코디네이터들에게 연락한다. 각 코디네이터는 응급실 의사, 응급실 의사는 다시 심장혈관외과 의사에게 수용 가능한지를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만 최소 몇 시간이다. 

    세브란스 내 설치된 대동맥센터의 특징은 응급실 의료진이 아닌 주현철 센터장을 포함한 심장혈관외과 교수가 직접 전원 문의 콜을 대기한다는 점이다. 병원에서 병원으로 이동하는 불필요한 절차를 줄여 처치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주 센터장은 "응급실 과밀화 속에서 초응급 환자가 타 병원으로 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하는 상황은 막자는 것이 대동맥센터의 핵심 기능"이라며 "전반적 응급체계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므로 선도적 모델을 구축하자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 내에는 응급 환자 외에 외래 환자를 빠르게 처치하기 위한 시스템도 갖췄다. 환자는 대동맥센터에서 심장내과와 심장혈관외과 외래 진료를 원스톱으로 볼 수 있다. 오전에 내과를, 오후에 외과를 각각 보는 식이다. 

    오전 외래 환자 중에서 대동맥 파열 위험이 있으면 오후 진료를 보고 바로 수술하기 위해서다. 대동맥이 언제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환자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 수가인상 긍정적이나 소송 문제 여전… 인력 확보 숙제 

    센터 설치의 이유가 국내의 취약한 대동맥 대응체계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안정적 생태계 조성이 뒷받침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흉부외과는 국내 의료체계 내에서 기피과로 분류된다. 구조적으로 전공의들이 부족한 상황으로 대동맥을 전문을 보려는 의사들이 많아진다고 해도 한계점에 놓여있다. 소위 빅5 병원 내에서 대동맥 의사는 2명 수준에 불과하다. 

    주 센터장은 "불과 10년 전과 비교해 대동맥 질환 대처 역량이 급격히 올라가 사망률을 줄이고 있지만 이 분야를 선택하는 미래세대들에게 유인기전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필수의료와 응급체계 개편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같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저수가 문제가 대두되며 수가 인상이 이뤄지고 있음은 긍정적 변화로 해석되나 근본적으로 의료진들의 불안 요인은 의료체계를 벗어난 소송 문제에 대한 보호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동맥 분야를 보면 미국에 비해 1/3, 일본의 절반 수준인 수가를 받았기에 이를 개선한다면 인력 확충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면서도 "심정지로 들어오는 환자가 많은데도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하기에 앞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응급체계의 원활한 가동이 이어지면 앞으로 대동맥 대응 체계는 전국적으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게 될 것"이라며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