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ENM 등 지분 및 자회사 매각… 유동성 확보 총력주력 사업 힘싣고 비주력 사업 정리… "경쟁력 제고 차원"하반기, 경영 효율화·유커 귀환에 매출 회복 가시화 전망
  • ▲ 이재현 CJ 회장.ⓒCJ
    ▲ 이재현 CJ 회장.ⓒCJ
    CJ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그간 보유해온 타법인 주식을 연이어 처분하며 전방위적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주력사업에 보다 힘을 싣고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위기 때마다 등장해온 이재현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다시 한번 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보유하던 중국내 식품 자회사 지상쥐(吉香居)의 보유지분을 전량을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약 3000억원으로, 매수자는 중국 기관투자자들과 지상쥐의 기존 2대주주다. 지상쥐는 중국식 반찬류인 자차이(짜사이)와 중국식 장류 등을 제조하는 회사다. CJ제일제당은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지상쥐 지분 총 60%를 약 385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지상쥐는 CJ제일제당의 중국 매출의 약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J제일제당은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사업 역량을 K푸드에 집중하고자 매각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월엔 보유 중이던 의약품 전문 기업 고바이오랩 지분 21만3600주(지분 1.38%)를 전부 처분했다. 지난 4월 매각을 결정한 후 2개월 간 보유중이던 지분 전량을 순차적으로 매각했다. 매각에 따른 순이익금은 약 24억원이다. 

    앞서 회사는 2019년 3월 고바이오랩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그러나 CJ바이오사이언스를 중심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사업목적이 같은 다른 회사의 지분을 중복으로 보유할 필요가 없어 해당 지분을 정리했다.

    불필요한 자산 정리에 나서고 있는 것은 CJ제일제당 뿐만이 아니다. CJ ENM은 지난달 초 연예기획사 빌리프랩 지분 51.5%를 1470억원에 하이브에 매각했다. 빌리프랩은 2018년 CJ ENM과 하이브가 총 70억원을 출자해 합작 설립한 아이돌 기획사다.

    CJ ENM이 올해 들어 적자전환하는 등 실적이 뒷걸음질하자 경영효율화를 단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CJ ENM은 지난 1분기 보유중이던 삼성생명 29만주와 헬로비전비전 112만6018주를 매각했고, 현재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 다이아TV와 디지털마케팅 자회사 메조미디어 등의 자회사 매각도 추진 중이다. 

    시장에서는 CJ그룹이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비핵심 자산 매각을 포함한 본격적인 군살 빼기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올해 들어 CJ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부진한 실적으로 일제히 수익성이 악화했다. CJ제일제당은 2분기 영업이익(대한통운)만 40% 넘게 빠졌고 CJ ENM 또한 1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주사인 CJ㈜의 2분기 영업익 또한 49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5% 줄었다. 상반기로 보면 영업익이 30.2%나 빠져 수익성 둔화폭이 더 크다.

    그간 CJ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주력 사업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주력 사업부문의 분할과 매각으로 그룹사업 효율성을 제고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이재현 회장도 지난 2018년 CJ헬스케어를 1조3100억원에 과감히 정리한데이어 2019년에는 CJ헬로를 LG유플러스에 넘기는 등 위기 때마다 선택과 집중에 나서 그룹의 반등을 이끌어왔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시장에서는 하반기 CJ그룹의 실적이 상반기 대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CJ㈜의 주가도 7월 이후 우상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주력 계열사 상당수가 하반기 실적 반등이 점쳐진다. 중국의 한한령 해제와 한국 단체관광 허용에 따라 화장품, K푸드, K콘텐츠 등의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모두 CJ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일례로 올리브영과 CGV의 경우 이미 2분기부터 성장세가 가시화돼고 있다. 올리브영은 2분기 매출액 9675억원, 순이익 1024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1.1% 늘었고, 순이익도 76.9% 늘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은 각각 46.3%, 39.4% 늘며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CGV는 올 상반기 4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CGV중국의 경우 지난 7월 티켓 판매 매출액(박스오피스 기준)은 2억3000만위안(한화 약 41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7% 증가했다. 글로벌 진출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원가 부담이 완화돼고 비용이 효율화되면서 3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글로벌 전략제품(GSP)의 매출 상승세가 이어지고 바이오 글로벌 아미노산 시황이 점진적으로 회복돼고 있는 점도 호재다. CJ대한통운 또한 하반기 글로벌 물류 업황 회복이 예상되는데다 배터리, 방산 등 특화사업 확대로 실적 증대가 뚜렷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요 제품의 판가 인상 본격화와 CGV의 매출 회복에 힘입어 하반기 매출 성장세가 예상된다”면서 “연내 비핵심 부문의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 건전성 제고 작업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