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신고 후 두 달간 같은 공항 방치… 2차 가해까지 일어나'견책' 징계 그쳐… "남초 근무했고 자발적 성희롱 교육 이수"유경준 의원 "남고 나오면 다 감경하나… 공사가 2차 가해 방치"
  • 한국공항공사가 직장 내 성희롱을 저지른 남직원에 대해 '남초(여성 대비 남성 비율이 월등)' 환경에서 근무해 성인지 감수성이 높지 않았을 것이라며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는 신고 이후에도 피해 직원과 남직원을 분리하지 않아 사실상 2차 가해를 방치했다.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유경준(국민의힘·강남 병) 의원이 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징계심의 의결서'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3월 직장 내 성희롱으로 신고가 접수된 가해자 A실장에 대해 가장 가벼운 징계 수준인 '견책' 처분을 내렸다. A실장이 피해 직원인 B씨와 같은 부서에 배치되기 전까지 남자 직원들로만 이뤄진 환경에서 근무해 성인지 감수성이 높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또 공사는 B씨가 3월18일에 최초로 신고를 접수한 이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신고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조사에 나선 공사는 이후 2주 뒤인 지난 4월4일에 같은 공항 내에서 사무실만 다른 형식으로 업무를 분리 조치했다. 근무장소 분리 조치는 한 달여 뒤인 지난 5월8일에 이뤄졌다. 신고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가 두 달 가까이 같은 공항에서 근무한 것이다.

    A실장은 3월5일 회식 자리와 같은 달 14일 사무실에서 B씨의 특정 신체부위를 지목하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 A실장은 "살 좀 빼라", "일본 여자들은 무릎꿇고 생활해서 엉덩이가 업 됐는데 우리나라 여자들은 의자에 앉아서 생활해서 엉덩이가 퍼졌다", "뒤에서 엉덩이만 봐도 어느 나라 여자인지 알 수 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B씨는 성희롱·성폭력 고충상담원에게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공사가 이에 늦장 대응하면서 2차 가해에 노출됐다. 신고 이후 같은 근무지에서 일한 두 달여 동안 A실장은 B씨가 타지 전보를 희망해 성희롱 신고를 했다는 헛소문을 퍼뜨렸다. 또 B씨의 근무 태도를 점검하겠다며 CCTV로 B씨의 위치 파악을 지시하는 등 B씨를 압박했다.

    공사의 징계의결서에 따르면 A실장은 공항 종합상황실장으로서 다른 직원에게 모범을 보이고 성 비위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해야 할 지위가 있었음에도 오히려 부하직원을 대상으로 언어적 성희롱과 2차 가해행위를 가해 정신적 고통을 준 점이 인정됐다. 

    하지만 공사의 징계 심의 결과는 견책에 그쳤다. 공사는 '남초 환경'이란 이유에 더해 A실장이 개별적으로 성희롱 교육을 이수했다는 점 등을 감경 사유로 꼽았다. 

    유 의원은 "그런 이유라면 남고 출신이라고 다 감경해줄 것이냐"며 "성희롱 신고 두 달 뒤에야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 조치한 공항공사가 결국 2차 가해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