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文정부서 나랏빚 급증"… IMF "긴축기조 유지해야"민주당 "경제 폭망 우려, 추경으로 경기 활성화 해야"
  • ▲ 세수감소 ⓒ연합뉴스
    ▲ 세수감소 ⓒ연합뉴스
    제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렸지만 재정준칙 법제화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등 외부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건정재정 기조와 재정준칙 도입 추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거대 야당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주장하며 재정준칙 법제화를 반대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재정준칙은 재정지출에 대한 규칙을 의미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넘지못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에는 적자 폭을 2%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이 같은 내용으로 지난 2020년 9월 발의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정부에서 여러 차례 처리를 시도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2주간 연례협의를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IMF 연례협의단은 정부와의 협의를 마치고 "단기적 재정·통화 정책은 정부 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지속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재의 긴축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2.8%)로 짜진 정부의 내년도 총지출 예산안에 대해선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건전하게 유지하고 중기적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며 "인구 고령화에 따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우선 과제로는 준칙에 기반한 재정제도 수립"이라고 강조했다.

    연례협의단은 올해 60조 원쯤의 세수결손 발생 가능성에 더해 앞으로 인구 고령화까지 대비해 재정지출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피치 역시 인구 고령화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내년도 예산안이 정부의 건정재정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2.6%에서 내년 3.9%로 전망돼 재정준칙 달성은 어려워진다.

    이에 대해 피치는 이런 현상은 세수부족 때문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2025년부터는 3%라는 제한선을 지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건정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내용인 재정준칙 법제화에 대해 IMF와 피치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한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총지출 증가율을 최소한으로 억제한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재정준칙 법제화에 대해 모두 반대 입장이다. 확장재정으로 경기부양을 해야할 때 정부가 돈을 풀지 않으면 경제가 더욱 침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 ▲ 한덕수 국무총리가 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덕수 국무총리가 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열린 경제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은 "추경을 하지 않으면 경제가 폭망(폭삭 망한다)"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정부를 압박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외면한다는 야당의 공격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늘어난) 나라빚이 400조 원이 넘었다"며 "숫자를 보고 얘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경기부양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정부가 상저하고(上底下高) 시각을 견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도 '경기부양'이라는 과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6월부터 여러 전망을 통해 경기가 저점이라고 발표한 것도 하루 빨리 경제정책을 물가 안정에서 경기부양으로 턴(전환)해야 하는, 갈 길 바쁜 정부의 마음이 드러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마음 놓고 확장재정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은 단기간 급격하게 늘어난 국가채무와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부족 때문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국세수입은 1년 전보다 43조4000억 원이 부족한 데다, 올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2조 원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58조2000억 원으로 전망했는데, 올 상반기에 연간 적자 전망치를 42%나 초과했다.

    국가채무도 올해 1134조4000억 원에서 내년 1196조2000억 원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임기 첫 해인 2017년 국가채무는 627조 원이었다. 6년 만에 나라빚이 500조 원 이상 불어난 것이다.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정부로선 확장재정을 하려면 또 빚을 내야만 한다. 이미 빚진 수준으로도 충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재정준칙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정부는 재정준칙이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철마다 쏟아지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법안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장치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미 올 초부터 국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는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의석 다수를 차지하는 야당이 여전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재정준칙을) 최대한 빨리, 하루속히 통과시켜 대내외적으로 우리의 신인도도 높이고 국내적으로 방만한 재정 운용을 견제하는 장치로 작동시켜야 한다"며 "재정은 결국 우리 국가의 마지막 보루"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