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포털' 네이버, 세계 3번째 AI 개발 불구 없어SKT 투자 '美 앤트로픽' 포함, 디지코 KT도 미포함삼성, LG도 이름 못 올려… 韓 국제 AI 경쟁력 '위기론' 부상
  • ▲ 타임지 표지ⓒ화면 캡쳐
    ▲ 타임지 표지ⓒ화면 캡쳐
    미국 타임지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을 선정한 가운데 한국 기업은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이 토종 AI로 자축하는 동안에 글로벌 무대에서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12일 타임지에 따르면 해당 매체는 최근 AI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을 선정했다. 여기에는 기업인, 정부 관료, 과학자, 예술가 등이 포함됐다.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 일론 머스크 xAI 창립자,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 등 핵심 인물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한국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단 한 곳도 타임지 100인 명단에 들지 못하면서 국내에서 부는 토종 AI ‘돌풍’이 국제 무대에선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세계에서 3번째로 거대언어모델(LLM)을 공개한 네이버는 지난달 24일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했으나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포털’조차 타임지 100인 명단에 인재를 배출하지 못했다. 오는 4분기 초거대 AI를 공개할 예정인 카카오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동통신사들도 고배를 마셨다. ‘AI 컴퍼니’를 선언한 SK텔레콤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지난 7월 유럽·중동·동남아시아 주요 통신사들과 ‘AI 연합’ 구축했으나 타임지 100인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해당 AI 연합에 속한 통신사들의 가입자 수를 합치면 약 10억명으로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다만 SK텔레콤은 체면은 살렸다. SK텔레콤이 지난달 1억 달러(한화 1300억원)를 투자한 미국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의 다리오 아모데이 대표와 다니엘라 아모데이 사장이 100인 명단의 ‘리더’로 선정됐다. 다리오 대표와 다니엘라 사장은 남매 관계다.

    지난달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KT도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영섭 신임 KT CEO는 지난 7일 취임 후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빅테크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며 포부를 밝힌 바 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발표된 타임지 100인 명단에서 배제됐다. 

    세계 가전 터줏대감 LG도 명단에서 빠졌다. LG AI 연구원은 지난 7월 초거대 AI ‘엑사원 2.0’을 공개했는데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지원하는데도 타임지로부터 외면받았다.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와 박정호 부회장의 SK하이닉스도 타임지의 주목받지 못했다. 양사는 최근 AI의 필수재로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반도체(HBM)를 생산하고 있다. 한편 양사의 HBM을 공급받아 AI 반도체를 제작하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대표는 타임지 100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AI 생태계에 있어 메모리 반도체보다 시스템 반도체에 더 큰 방점을 둔 타임지의 판단이 엿보인다.

    한국인으론 유일하게 최예진 워싱턴대학교 교수가 타임지 100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코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최 교수는 자연어 처리(NLP)의 권위자로서 인간의 상식에 따라 함축된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 AI를 만든 장본인이다. 지난해 천재들의 상으로 불리는 ‘맥아더 펠로우십’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병호 고려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한국이 고유의 AI를 개발하더라도 시장 크기, 줄어드는 인구, 떨어지는 국가 경쟁력 때문에 기술력이 좀 있는 변방의 국가로 보일 것이라며 “AI 모델을 발표한 나라는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많고, 그렇다고 한국이 AI로 매출을 내거나 증명한 게 아직 없기 때문에 타임지에서 보수적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