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 소위 통과 불발…정부 "연내 통과" 현실화 미지수여소야대 정국 걸림돌…"총선겨냥 의도적 시기 조절" 주장도특별법 지연에 집값 상승 정체…재건축 추진 단지 '진퇴양난'
  • ▲ 1기신도시중 하나인 경기 부천시 중동 아파트단지. 사진=박정환 기자
    ▲ 1기신도시중 하나인 경기 부천시 중동 아파트단지. 사진=박정환 기자
    이른바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불리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노후단지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기약 없는 특별법 지연에 주민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추석 전 발표될 공급대책에 신도시 관련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 정치권이 특별법 통과를 연말까지 미루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특별법 추진에 제동이 걸리자 1기 신도시 곳곳에서 '총선용 희망 고문이 시작됐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날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특별법 제정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심사를 지속하기로 했다.

    현재 국토위에는 13건의 노후계획도시 정비 관련법이 상정돼 있다. 이 중 정부·여당안은 3월 송언석 국민의힘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이다.

    해당 법안은 1기 신도시를 포함한 '노후계획도시'를 택지조성사업 완료 20년 이상이 지난 전국 100만㎡ 이상 택지지구로 정의하고, 안전진단 면제와 용적률 상향 특례 등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1기 신도시 등 특정 지역과 수도권만 특혜를 본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별법 제정안은 10월 국정감사가 끝나고 11월부터 재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법안의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야당 일부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기 신도시와 무관한 지역에서는 특별법 통과 여부가 핵심 사안이 아닌 만큼 현시점에서 정책 향방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면서도 "일단 외관상 여소야대 정국인 상황이라 야당쪽 스탠스에 따라 법안 통과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특별법 통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총선까지 아직 7개월이란 시간이 남은 만큼 총선 '표심 몰이'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법안 통과를 연말까지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 완화든 금융지원이든 너무 이른 시기에 법안이 통과되면 소위 '총선 약발'이 떨어지지 않겠나"라며 "현재 야당의 반대가 심하긴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도 시기상 연말에 법안이 통과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 부동산 커뮤니티에 게시된 특별법 관련 댓글들.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 부동산 커뮤니티에 게시된 특별법 관련 댓글들.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특별법 지연이 장기화하면서 1기 신도시 집값도 좀처럼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R114 시세 자료를 보면 지난주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구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역별로 △일산 -0.05% △평촌 -0.02% △분당 -0.01% 등이 하락했다. 보합(0.00%)을 기록한 다른 신도시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백송마을(대림)' 전용 59㎡는 지난달 3억6900만원(4층)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전월 같은 면적 거래가인 3억7800만원(5층)보다 1000만원 가까이 빠졌다.

    백석동 C공인 관계자는 "올 상반기처럼 특별법 지연에 따른 실망 매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낮아졌다"며 "집값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신축과 달리 구축은 전월대비 하락거래가 나오는 등 가격 상승세가 꺾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추석 전 발표될 공급대책에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이 담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 등 경우 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우선돼야 하는 만큼 이번 공급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과 재초환 관련 법률 개정안은 다음 주 개최 예정인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리모델링을 추진했다가 규제 완화 기대감에 재건축으로 갈아탔던 노후단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공약한 법안인데도 논의 시작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진척상황이 없다"며 "주민들의 생존과 재산권이 달린 재건축이 정부와 정치권의 방치 탓에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 불확실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선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고금리 등으로 인해 정책변화가 곧바로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현시점이 규제 완화를 시행하기 위한 최적의 타이밍"이라며 "재초환 등 규제요인을 미리미리 조정해둬야 갑작스러운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