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소상공인 지원 대출만기 도래·부동산PF 부실우려 겹쳐 불안감 확산비구이위안 디폴트 사태도 위기 부채질… 中, 잇단 유동성 공급으로 진화 나서美경기 연착륙 기대·ECB도 금리동결 신호… 국제유가 급등하며 찬물 끼얹어JP모건 "내년 말께 연준 물가 목표치 도달"… 韓경제 펀더멘탈 유지가 관건수출부진·자금경색에 중견 건설사도 '휘청'… 'x월 위기설' 반복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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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금융 쇼크가 불거지며 본격적인 경기침체 국면에 빠져들 거라는 이른바 '9월 위기설'이 힘을 잃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 이어지는 저성장·고물가·고금리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부채질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은 중국 당국이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불안감이 여전하다. 미국과 유럽의 긴축은 끝자락으로 향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 불확실성이 확산하는 형국이다. 9월을 넘어 시기를 가리지않는 'x월 위기설'이 제기된다.15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금융기구 지급준비율을 0.25%포인트(p) 인하했다. 지준율 인하는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인하로 중국 금융권의 가중 평균 지준율은 7.4% 수준이 된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지준율이 0.5%p 내린 뒤 장기 자금이 1조 위안(182조2000억 원쯤) 공급됐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조처로 5000억 위안(91조1000억 원쯤)의 중장기 유동성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인민은행은 지난달 21일에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45%로 0.1%p 내렸다. LPR은 시중은행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금리의 평균치를 말하지만, 인민은행이 각종 정책 수단을 통해 결정하기에 사실상의 기준금리로 볼 수 있다.이들 조처는 디플레이션(수요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 속에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사태까지 겹치자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가라앉은 경기를 부양하려는 계산이 깔렸다. 인민은행은 지준율을 내리면서 "경기 회복 기반을 공고히 하고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비구이위안 사태는 부동산시장 거품 논란을 촉발하며 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을 확산시켰다. 이는 국내 9월 위기설을 부채질했다. 비구이위안이 최종 부도 처리되면 자금이 빠져나오며 달러·위안화 환율이 급등하고 이는 원·달러 환율과 국내 부동산금융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거라는 분석이 제기됐다.9월 위기설은 7월 무렵부터 금융권 일각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조치가 이달 말 끝나면 부실 대출이 많은 제2금융권을 비롯해 금융시장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견해였다. 여기에 부동산PF 부실 우려 등이 겹치면서 위기설이 확산했다.
현재 9월 위기설은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위기설의 진원지였던 소상공인 금융지원 종료는 정부가 채무 상환이 어려운 차주에게 새출발기금 등의 연착륙 프로그램을 대안으로 내놓으면서 위기를 넘기고 있다. 금융지원 제도는 이달 말 종료되지만, 상환 유예는 오는 2028년 9월까지 5년간 분할로 이뤄진다. 금융당국은 전체 지원 대출 중 92%(3월 말 기준 78조8000억 원)는 부실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만기연장'이고 나머지 8%(6조5000억 원)는 '상환유예'로, 이자도 못 내는 이자상환유예가 위험하다는 견해다. 그러나 이 비중도 전체의 2%(1조4000억 원·차주 1100명) 수준이어서 전체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금융당국 설명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02.2%(1분기 기준)로 불어나고 연체율도 증가세인 가계부채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부동산 PF 부실은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다. 중국의 경우 당국의 잇따른 유동성 공급으로 일단 한숨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개발업계 25위이자 국영 성격인 위안양그룹 홀딩은 이날 유동성 문제로 모든 역외 채무에 대해 지급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위안양 측은 올해 주택계약 판매 물량이 급격히 줄고 여러 재원 조달 활동 과정에서 계속 한계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위안양의 최대 주주가 국유기업인 중국생명보험이라는 점이다. 국유기업일지라도 부동산 위기를 비껴가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진다.
국내에선 부동산시장 악화 등의 영향으로 건설사들의 줄도산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총 133조1000억 원이다. 1분기 대비 1조5000억 원 늘어났다. 3월 말 기준 전 업권 PF 연체율은 2.01%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0.82%p 상승했다. 상승 폭도 높고 절대치도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견해다.
중견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A중견건설사는 부동산PF로 인한 재무 불확실성이 커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약 2000억 원 규모의 단기 차입을 결정했다. 이 회사는 상반기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하향 조정되며 공모채를 통한 자체 자금조달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고육지책으로 고리 이자를 써가며 유동성 확보에 나섰지만, 회사채 시장에서 자력으로는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져 몇 달 내 다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9~11월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사 PF 유동화증권 규모는 14조8300억 원에 달한다. 월별로는 9월이 6조2800억 원, 10월 4조5200억 원, 11월 4조300억 원 등이다.
글로벌 고금리 랠리 상황을 촉발했던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14일(미 동부시각)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달보다 0.7% 상승했다. 지난해 6월(0.9%) 이후 최고 상승률이면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0.4%)를 웃돌았다. 하지만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31.58p(0.96%) 오른 3만4907.11로 거래를 마쳤다.시장은 PPI 상승에도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거라는 데 무게를 둔다. 미국의 소비와 고용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연착륙 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8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6976억 달러로 전달보다 0.6% 늘었다. 시장의 예상치(0.1%)를 웃돌았다. 미국의 소매판매는 5개월 연속 증가세다.유럽에서도 긴축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현지시각) 유럽중앙은행(ECB)은 통화정책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4.5%로 0.25%p 올렸다. 지난 7월 이후 10회 연속으로 인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지금이 금리 정점이라고 말할 순 없다"고 했다. 다만 ECB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준금리가 지금 수준에서 충분히 오랜 기간 유지되면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로 적시에 돌아가는 데 상당히 기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를 두고 ECB가 금리동결 신호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라가르드 총재도 일부 통화정책위원들이 금리인상에 반대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
그러나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제유가는 다시 급등세다. 14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90.16달러를 기록해 90달러를 넘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선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이 전날 종가 대비 1.82달러(1.98%) 오른 배럴당 93.70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연장과 미국 경제가 침체를 겪지 않고 연착륙할 거라는 전망이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일각에선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경기침체) 공포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연준이 중시하는 근원물가도 둔화세를 멈추고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체이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각) 내놓은 보고서에서 "추가적인 충격이 없다면 인플레이션은 내년 4분기에나 연준의 목표치(2%)를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까지 우리 기업과 금융 시스템이 불확실성을 이겨낼 만한 펀더멘탈(기초여건)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이 부진하고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리스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연말로 갈수록 자금경색이 심해져 비단 건설사뿐만 아니라 적잖은 중소·중견기업이 준워크아웃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10월 위기설', '11월 위기설' 등이 불거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