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금리 최고 수준에 韓 금리 동조화3분기 투자손익 악화로 실적 '뚝뚝'자금조달 어려워 자본성증권 증가… 이자부담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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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1980년대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 국채 수익률은 꾸준히 하락했다. 동맹적 제국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화폐 정책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 개발도상국의 글로벌 금융시장 진입을 허락해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의 경상수지는 매년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했지만, 기축통화 지위는 공고해졌다. 그런 미국이 변심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제국 패권주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국채 수익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위협하며 전 세계에 뿌렸던 달러를 쓸어담고 있다. 금융 체력이 여물지 못한 한국에는 작지 않은 위기다. 치열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국내 금융사들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채권금리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면서 보험사들의 하반기 실적이 다시 출렁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말 금리상승으로 대규모 평가손실이 반영됐던 악몽이 되풀이 될 것이란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채권금리 상승에 자금조달마저 난항을 겪으면서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자본성증권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결국 이자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고금리 영향으로 채권 평가손실이 늘어나고, 자금조달 난항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시스템 위기의 도화선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3일 발표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 전망치(3.6%)를 소폭 웃돌은 전년 동월 대비 3.7%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채권금리가 치솟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최근 연 4.3%까지 오르며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2년물 수익률도 연 5%를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국채금리는 동조화 현상을 나타낸다. 시장금리가 오르는 이유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은행채(AAA, 5년물) 금리는 4.442%로 지난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3분기 결산을 앞둔 보험사들의 실적 또한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하반기부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계리적 가정의 가이드라인이 모두 적용되는 만큼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총 자산의 약 85~95%가량을 운용자산으로 굴리면서 이 가운데 65~90%가량은 유가증권에 투자한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가증권 투자 중 절반 내외의 자산은 국공채에 투자한다.

    채권 수익률 상승은 투자수익 증가로 이어지지만 동시에 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로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업계 1위 삼성생명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2674억원으로, 1분기 대비 62.2% 감소했다. 이중 투자손익은 1분기 4760억원에서 2분기 119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격차는 무려 595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급격한 금리인상이 이어질 당시 보험사들은 보유자산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겪으면서 심각한 재무적 불안에 시달렸다. 중소형 보험사들은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고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한 자본증권은 더 높은 금리부담을 져야 했던 만큼 수익에도 일부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변액보험과 퇴직보험의 규모가 큰 생보사들은 채권 투자 규모가 크다 보니 금리 변화로 인한 변동성에 더 크게 노출됐다. 금리상승으로 이자이익이 오르는 것보다 보유중인 채권의 가격하락으로 인한 평가손실이 큰 셈이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금리가 오르면 자산운용수익률이 좋아지고 과거 판매한 고금리 상품의 역마진이 해소되면서 실적이 좋아졌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손익이 나빠져 실적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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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큰 문제는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보험사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보험사의 자금조달에 큰 부분을 차지한 신종자본증권 자체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후순위채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지난해 말 이른바 '콜옵션 사태'로 보험사발 자본증권 발행이 경직되면서 연초까지 보험사들은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다소 안정되면서 보험사들의 자금조달 길이 다시 열렸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최근 들어 신종자본증권보다는 후순위채를 택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올해 발행된 자본성증권 가운데 약 40%를 후순위채가 차지하고 있다.

    지난 6월 이후로 발행된 보험사의 자본성증권은 모두 후순위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라이프 3000억원 ▲푸본현대생명 980억원 ▲KDB생명 900억원 ▲롯데손해보험 700억원 ▲한화생명 5000억원 등이다.

    후순위채는 발행 5년 이후 자본인정 한도가 매년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사실상 영구채 성격을 지닌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선호해왔다. 대개 10년 만기로 발행되는 후순위채는 잔존만기가 5년째 되는 해부터 매년 20%씩 자본인정한도가 줄어든다.

    사실상 영구채인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에 비해 약 1~2%p가량 높은 금리부담을 진다.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발행금리가 더 낮은 후순위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이유다. 

    문제는 고금리 상황인 만큼 보험사의 자본성증권에 대한 이자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이자부담이 높아질 경우 실적 감소 등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도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일부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이자 부담률이 20%를 상회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지주 모회사가 없는 보험사들은 현실적으로 자본성증권 발행외에는 자본 확충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자본 확충을 위해 유상증자 방안도 있으나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자본성증권 발행을 선호한다"면서 "다만 금융 여건에 따라 발행 금융기관과 투자자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