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저성장' 빨간불… OECD 1.5%·ADB 1.3% 성장전망 유지勞 투쟁에 경제 타격 불가피… 철도노조 1차 파업 피해액 75억원'노란봉투법' 개정도 밀어붙이기 수순… 입법시 파업만능주의 우려
  • ▲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22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8월 임시국회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22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8월 임시국회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글로벌 경기둔화로 안 그래도 녹록잖은 우리 경제가 노동계의 '정치 파업' 등 소모적인 논쟁으로 멍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긴축과 중국의 경기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랄 지경에 노동계가 리스크를 가중하고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의견이 적잖다. 최근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후속 총파업 일정을 중단한 데 이어 이제는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며 정국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은 올 하반기 들어 정부를 향한 투쟁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정부가 노조의 회계 결산 결과 공시를 추진하는 등 본격적으로 '노동개혁' 과제들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 여겨진다. 하반기에 정부는 노조의 운영 현황 등에 대한 여러 조사를 시행 중이며 일부 조사 결과 노조의 여러 비위가 발각되면서 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현재 노조가 가장 투쟁 결의를 다지는 사안은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의 개정이다. 개정안에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등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와 경영계는 이를 '불법파업 조장법'이라고 명명하며 반대한다. 반면 노동계와 야당은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노동자 보호를 위한 '최소 입법'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입법을 둘러싼 여야 입장차는 오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수적 우위를 앞세워 표결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태도다.

    양대노총과 국제노동조합총연맹(국제노총),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등은 20일 오전 11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 개정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이날 참석한 의원 10인은 지난 5월24일 환노위에서 노란봉투법을 직회부 처리한 민주당 의원 9인과 정의당 의원 1인이다.

    이날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모든 투쟁을 불사할 것"이라며 "사용자의 보복성 손배가압류 폭탄 남용을 기필코 끝장낼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정부의 노동개혁 기조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윤 정부의 '노조 때리기'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면서 "정부는 노사 합의로 결정되는 노조 사무실 지원 실태와 유급활동시간 보장 실태 등을 조사해 시정 지도를 하고 있다. 노조규약에 대해서까지 사용자의 인사 경영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노사 관계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에 맞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안팎에선 민주당이 수적 우위로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 폐해가 크기 때문에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본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사회 분열은 심화하는 가운데 결론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노동계도 이를 잘 안다. 류 사무총장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통령의 거부권을 확실히 막아내겠다"고 했다.
  • ▲ ADB 지역별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 전망.ⓒ기획재정부
    ▲ ADB 지역별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 전망.ⓒ기획재정부
    문제는 이런 노조의 소모적 대정부 투쟁이 반등 기회를 절실히 노리고 있는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 전망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9일 내놓은 '중간 경제전망' 발표에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3.0%로 상향했다. 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5%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OECD는 지난 2021년 12월부터 5회에 걸쳐 우리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해왔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20일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을 1.3%, 내년 성장률을 2.2%로 각각 전망하면서 직전 7월 전망치를 그대로 가져갔다. 두 기구 모두 우리 경제가 반등 없이 저성장을 이어간다는 데 견해를 같이 했다.

    이런 녹록잖은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노조의 대규모 대정부 투쟁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워 보인다. 경기 반등을 위해서는 노사가 합심해 고용·생산 등 다방면에 걸쳐 시장 활력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노조의 소모적인 사회 갈등 조장으로 국민 불편과 분열만 불러일으킨다는 시각이 적잖다. 당장 노란봉투법만 해도 입법을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크다 보니 정부로선 노동계가 포기할 때까지 여러 불필요한 정쟁 과정을 거치면서 행정력 등을 소모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철도노조가 지난 14~18일 닷새간 1차 총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2차 총파업 일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일련의 과정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철도노조는 정부가 추진한다고 밝힌 바 없는 '철도 민영화' 정책에 반대한다며 국민 불편을 볼모로 총파업을 강행했다. 그러나 정부는 민영화 정책을 검토한 적 없다고 밝혔고, 철도노조 파업은 '정치 파업'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이번 파업으로 철도 이용객이 불편을 겪었고, 시멘트 업계 등 철도를 통한 물류 운송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추산한 1차 파업의 피해액 규모만 75억 원쯤에 달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번 파업에 대해 최근 소폭 개선된 수출 흐름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었다.

    철도노조는 19일 정부, 사측과의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며 2차 총파업 일정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철도업계 안팎에선 이번 경고성 1차 파업이 정치 파업으로 흐르면서 이용객 불편만 야기하고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자 사실상 2차 파업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 사흘째인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역 인근에서 열린 '철도노조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철도 민영화 정책 중단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 사흘째인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역 인근에서 열린 '철도노조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철도 민영화 정책 중단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