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등 산유국 감산 유지유가 90달러 돌파, 100달러대 전망도정제마진 16달러대,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정유사, 고유가 장기화 시 수요 감소 우려도
  • ▲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유가가 연중 최고치로 치솟으며 3분기 정유사들의 깜짝 실적이 이어질 전망이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덩달아 뛰면서다.  다만 고유가 기조가 지속될 경우 다시 수요 감소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뚫고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이달 배럴당 91.48달러에 거래를 마치는 등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찍었다. 같은달 런런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물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도 배럴당 94.43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기조가 이어진 것이 유가를 끌어올렸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이달 초 성명을 통해 지난 7월부터 시작한 하루 100만 배럴의 자체 감산 정책을 오는 12월까지 3개월 연장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하루 30만 배럴의 수출 감축을 올 연말까지 연장한다고 선언했다. 

    감산 조치가 계속될 전망에 국제유가가 사실상 배럴당 100달러 사정권에 돌입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유가 상승과 함께 정제마진 강세도 이어지고 있다.

    9월 둘째 주 평균 복합 정제마진은 16.8달러로 전주(15.1달러) 대비 1.7달러 상승하며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손익분기점인 4~5달러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앞서 8월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12.7달러로 지난 7월(6.6달러)보다 2배 가량 뛰었다. 

    정제마진 상승세에 정유업계의 실적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통상 국제유가 상승은 정유사에 호재로 작용한다. 미리 구입해둔 원유 재고의 평가 가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42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을 예고했다. 에쓰오일은 3분기 영업이익 5136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4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3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분위기다.

    이들 업체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유가와 정제마진이 동반 하락하면서 전년 대비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적자로 돌아섰고, 에쓰오일과 HD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급감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정유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라며 "아직 수요가 추세적으로 개선된다고 보기는 이른 만큼 유가에 미치는 감산 효과는 단기적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타이트한 수급을 감안하면 이제는 전쟁이 아니더라도 정제마진의 고점이 구조적으로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유가 상승이 단기적 호재로 작용할 순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고유가에 정유사들도 비싸게 원유를 구입해야 하는 것은 물론 향후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래깅효과'로 재고평가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산유국의 감산기조와 함께 중국의 석유 제품 수출량 증대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 정유사업은 내수를 우선 공급하기 위해 석유제품 수출쿼터 정책을 통해 자국 내 수급과 수출물량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 1일 중국 정부는 1200만톤 규모의 석유제품 수출 할당량을 자국 정유사에 배정했다. 이전 수출 할당량이었던 900만톤에 비해 33% 증가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석유 제품 수출량 증대로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아시아 내 정제마진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우선 하반기에는 국제유가 및 정제마진 상승 등 전반적인 업황 호조로 상반기보다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