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성 청약 방지 차원 확대…여전히 마지막 날 주문 몰려기관투자자 눈치 싸움 치열…증권사 IPO 부서 업무만 늘어수요예측 기간‧IR 일정 겹쳐…제도 실질 효과 없다는 분석
  •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내실화를 꾀하기 위해 도입한 '수요예측 일정 확대'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가 기관투자자의 주금납입 능력을 수월히 확인할 수 있도록 수요예측 기간을 2영업일에서 5영업일로 늘렸으나, 큰 변화는 없을뿐더러 증권사 IPO 부서 실무진의 업무 강도만 늘었다는 불만이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IPO 부서 내 다수 직원들은 금융당국이 최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기간을 늘린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당초 증권사들이 기관투자자의 주금납입 능력을 확인할 물리적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로 제도를 손봤다. 그러나 여전히 마감일에 주문이 몰림과 동시에 IPO 일정에 혼선을 빚으면서 오히려 직원들의 피로감만 누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지난해 12월 '허수성 청약방지 등 IPO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IPO 제도의 전 단계를 뜯어고쳐 수요예측 제도의 가격 발견 기능을 제고, 글로벌 기준에 맞게 운영하겠단 목적이었다.

    이후 수요예측 내실화 방안의 일환으로 올해 7월부터 기관 수요예측 기간을 2거래일에서 5거래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올해 7월 이후 증권신고서를 낸 기업들부터는 개정된 제도에 따라 늘어난 수요예측 기간을 적용받게 됐다.

    그러나 7월 들어 수요예측을 진행한 대다수 기업의 경우 수요예측 마감일에 주문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기관 수요예측은 마지막 날 물량이 몰린다. 당국은 수요예측 기간이 늘어난 만큼 물량이 나뉘어 들어올 것을 예상했으나, 기대와 달리 마지막 날에 물량이 몰리는 현상이 지속된 것이다.

    한 대형증권사 IPO 본부 관계자는 "수요예측 기간을 5영업일로 확대해도 주문 쏠림 현상이 딱히 완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오히려 기간이 길어진 만큼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수요예측 기간이 늘면서 일정이 겹치는 기업의 수가 증가, 본의 아니게 업무 강도만 가중됐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실제 수요예측 기간이 길어지면서 일정이 겹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달 12일의 경우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를 비롯해 레뷰코퍼레이션, 아이엠티, 밀리의 서재, 한싹, 인스웨이브시스템즈 등 6개사의 일정이 겹치기도 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IPO에 나서는 기업은 누구든 최대한 시장의 온전한 주목을 받길 원한다"라며 "수요예측 기간이 2영업일이었던 당시엔 일정 조정이 수월했으나, 지금은 한 주에 다수의 수요예측이 벌어지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두산로보틱스와 같은 대형 회사와 기간이 겹치는 곳은 흥행에 대한 불안감을 숨길 수 없다"라며 "일정이 겹치는 기업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증권사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늘었다"라고 덧붙였다.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요예측이 길어지면서 해당 기간 도중 기업설명회(IR) 일정이 잡히는 사례가 다수 속출하고 있어서다.

    IR 업계 관계자는 "다수 기업의 일정이 겹치면서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워하는 기관투자자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라며 "특히 시차가 있는 해외 기관들이 유독 힘들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요예측 기간 중 기관투자자들이 적절히 분산돼 들어올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라며 "단순히 수요예측 기간을 늘리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