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30% 삭감 등 하원의장 주도 임시예산안 부결… 10월1일 셧다운 임박옐런 美재무 "셧다운 시 경제·가계 피해"… GDP 0.1% 감소, 260억달러 규모무디스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경고… 나랏빚 급증한 韓도 이미 '경고등' 켜져'재정중독' 文정부서 채무 400조원 넘게 급증… 재정준칙은 국회서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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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Aaa)' 등급으로 유지하고 있는 무디스마저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한 상황에서도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셧다운을 피하려면 10월1일(현지시각) 전에 미 의회가 정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시한을 불과 이틀 남겨두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우리나라도 신용등급에 경고음과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29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공화당 소속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주도한 임시예산안이 하원 본회의에 상정됐다. 하지만 결과는 찬성 198표, 반대 232표로 부결됐다. 미 하원 의석은 공화당 222석, 민주당 212석이다. 숫자상으론 공화당 자력으로 처리가 가능하지만, 공화당 내 강경파 21명이 반대표를 던졌다.매카시 의장은 국방, 보훈, 국토 안보, 재난 구호 등 일부 기능을 제외한 정부 지출을 30%쯤 삭감하고,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마련해 강경파 설득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하원 민주당도 상정된 예산안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이 지난 5월 합의한 지출 총액보다 더 줄었다며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미국의 2024 회계연도는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된다. 미 의회가 아직 전체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결된 임시예산안에는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한 10월 한 달간 정부 운영 예산이 담겼다.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불가피한 셈이다.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셧다운 사태가 벌어진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집권했던 지난 2018년 12월이다.10월1일 0시부터 셧다운이 시작되면 필수 업무를 하는 공무원은 무급으로 일하고 나머지 공무원은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 정부 기능이 일부 정지된다. 현역 군인 130만 명은 무급으로 복무한다. 항공 관제사와 공항 보안 검색 직원 등도 무급으로 일하게 된다.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운항에 차질이 예상된다. 샬란다 영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셧다운으로 국내총생산(GDP)이 0.1~0.2% 감소할 수 있다. 0.1%는 260억 달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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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장관은 "공화당 하원의원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데 실패하면 미국 가계에 피해를 주고 우리가 현재 이루고 있는 진전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경제적 역풍을 초래할 것"이라며 "(셧다운은) 농부·중소기업 상대 대출부터 식품·근로 현장 안전 검사, 어린이를 위한 헤드스타트 프로그램(저소득층 어린이 조기교육 지원사업)까지 많은 핵심 정부 기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CNN은 이날 옐런 장관의 발언을 두고 셧다운의 악영향에 대해 지금까지 내놓은 가장 강력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
국제신평사 무디스는 지난 25일(현지시각) 보고서를 내고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의 국가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정치적 양극화 심화가 재정정책 결정에 상당한 제약을 가하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런 상황이 재정적자 확대와 부채 상환능력 악화로 인해 재정 건전성이 약화하는 시기에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무디스는 국제 3대 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Aaa)' 등급으로 유지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8월 부채한도를 둘러싼 정쟁을 이유로 미국 국가신용을 AAA등급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지난 2011년 부채한도 위기 당시 미국의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강등한 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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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직전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세수마저 부족한 상황이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은 추가 빚을 내더라도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자며 정부를 압박하는 중이다. 최근 이재명 대표가 구속 문턱에서 기사회생한 민주당은 다음 달 열리는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역대급 '세수 펑크'와 세수추계 오류의 원인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추경은 없다'는 기재부 방침이 국회 예산심의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부각하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할 것으로 관측된다.지난 18일 기재부가 내놓은 '2023년 세수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은 애초 추계했던 400조5000억 원에서 59조1000억 원이 부족한 341조4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법인세가 25조4000억 원, 부동산시장 침체로 양도소득세가 12조2000억 원이나 각각 부족할 것으로 재추계됐다. 정부는 그동안 강달러가 지속하면서 이례적으로 원화가 많이 쌓인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과 세계잉여금 등 여유재원을 활용해 세수부족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야당의 수십조 원대 추경 편성 주장에는 선을 긋고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브리핑에서 "일각에서 경제가 어려우니 빚을 더 내서라도 현금성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미래세대의 빚 부담을 통해 눈앞에 보이는 손쉬운 이득을 얻겠다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기재부가 지난 14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9월호)을 보면 7월 말 현재 나랏빚(중앙정부 채무)은 1097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국가채무 전망치인 1101조7000억 원에 근접했다. 국가재정운용계획(2023~2027년)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내년 1196조2000억 원(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51%), 2025년 1273조3000억 원(51.9%), 2026년 1346조7000억 원(52.5%), 2027년 1417조6000억 원(53%)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나랏빚은 코로나19 사태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급속도로 불어났다.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2000억 원(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36%)에서 지난해 1068조8000억 원(GDP 대비 49.7%)으로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는 '추경 중독'이란 비판이 나올 정도로 추경을 남발하며 적자국채를 발행했다. 문 전 대통령 임기 동안 총 10번의 추경을 편성했고, 이는 고스란히 나랏빚으로 쌓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히 늘린 나랏빚으로 말미암아 윤석열 정부에서 부담해야 하는 이자지출 비용만 5년간 115조 원을 웃돌 거로 추산되는 실정이다.한편 재정준칙 법제화는 1년째 국회서 공회전 중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데다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여야 대치가 극심할 것으로 보여 올해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