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입물가 2.9%↑, 석달째 상승… '10월 안정화' 발언 이후 물가 불안 가중자장면 한 그릇에 7000원 돌파… 지하철 요금 인상 등 공공물가도 부담국제유가 상승에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까지… 한은, 내달 물가전망 상향 전망
  • ▲ 추경호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 추경호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역대급 세수오차'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추경호 경제팀이 물가 전망도 헛발질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만 하더라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세수추계 오차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하며 세수추계위원회까지 구성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무색하게도 올해 세수오차율은 마이너스(-) 14.8%로 전망된다.

    세수오차율이 가장 컸던 때는 지난 2021년으로 본예산 대비 오차율은 21.7%였지만, 이는 초과세수였다. 올해는 본예산인 400조5000억 원보다 59조1000억 원이 부족한 마이너스 세수오차다. 마이너스 세수오차율로는 올해가 역대 최대다.

    현재 진행 중인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역대급 세수오차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윤 정부의 안일함이 원인이라는 비판에 '상저하고(上底下高)' 전망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 부총리가 내놓은 물가 전망도 예상을 빗겨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3.4%, 9월 3.7% 등 2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였다. 증가 폭도 커졌다. 하지만 추 부총리는 지난 5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는 다시 안정화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서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크게 상승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기준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은 7069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6000원을 넘긴 지 1년 반만이다. 삼겹살도 1인분(200g) 가격이 1만9253원으로 2만 원에 육박한다.

    여름철 집중호우 이후 급등한 야채류와 과실류 물가 상승 폭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9월 기준 과실류 물가 상승률은 24.4%를 기록했다. 사과 54.8%, 복숭아 40.4%, 귤 40.2% 등이다.
  • ▲ 서울 시내 중식당 ⓒ연합뉴스
    ▲ 서울 시내 중식당 ⓒ연합뉴스
    설상가상 지난 7일부터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하철 요금이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인상됐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 가격도 리터(L)당 1700~18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4분기 전기요금까지 인상된다면 공공요금발 물가 인상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고민 중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추가 자구책으로 희망퇴직 카드까지 꺼내들며 전기요금 인상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입물가는 3개월째 오름세를 보였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9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보면 수입물가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전달보다 2.9% 상승한 139.67를 기록했다. 수입물가는 지난 5~6월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7월부터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다.

    8월 생산자물가지수도 121.16(2015=100)으로 전달보다 0.9% 상승했다. 지난해 4월 1.6%를 기록한 이후 1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생산자물가는 국내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로, 생산자물가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물가 인상 요인이 차고 넘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국제유가도 요동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수출 제재를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배럴당 1달러 넘게 하락한 86.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전날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전쟁 프리미엄이 20달러쯤 붙으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고 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가가 불안해지자 추 부총리는 전날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추가 연장한다고 밝혔다. 17일에는 '민생물가안정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김장철 농산물 수급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불과 며칠 전 이달부터 물가가 안정화될 것이라던 발언이 무색한 실정이다.

    증권가에서는 한은이 다음 달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진투자증권은 전날 보고서에서 "8월 이후 유가 상승은 한은의 전망을 상향해야 할 정도의 변화"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4%,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로 각각 내다봤다. 기재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3.3%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