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올해 韓성장률 1.0%"… 주요기관 중 가장 낮은 수준韓, 25년 만에 日에 성장률 따라잡힐 가능성 커 '위기감' 고조"반도체 등 일부 업종 회복세… 대부분 산업 극적인 개선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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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0%로 전망하면서 저성장 흐름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달부터 우리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지만, 피치가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보다도 크게 낮은 숫치를 내놓으면서 경제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

    피치는 17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기로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로 제시했다. 지난달에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1.0%로 0.2%포인트(p) 인하한 후 이를 유지했다. 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1.4%보다 0.4%p 낮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한 1.5%보다는 0.5%p 낮다. 비교적 보수적인 전망을 했던 아시아개발은행(ADB)의 1.3%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런 피치의 전망을 두고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대까지 위협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우리나라는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OECD 평균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1년 OECD 회원국 평균 경제성장률은 5.8%였지만, 우리나라는 이보다 낮은 4.3%에 불과했다. 지난해도 우리나라는 OECD 평균 성장률인 2.9%에 못 미치는 2.6%를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OECD는 지난달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평균 2.7%가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우리나라는 1.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는 OECD 가입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평균 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 국가가 된다.

    더구나 저성장의 대표적인 사례였던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1.8%(OECD 전망치)로 전망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IMF는 일본이 올해 2.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걷히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계속해서 경기침체를 이어갔다. '잃어버린 30년'은 여기서 비롯된 말이다.

    하지만 일본은 엔저 효과로 관광객이 늘면서 역대급 여행수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잃어버린 30년을 탈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줄곧 일본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우리나라가 25년 만에 일본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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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더해 잠재성장률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0%대 잠재성장률을 피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며 "사업하는 사람들은 경제가 어려운 이유로 이자비용보다 노동시장 문제를 더 먼저 꼽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성장을 탈출하는 방법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를 시행하지 못하는 것은 사안마다 이해당사자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구조개혁에 성공해 잠재성장률을 2%대 이상으로 끌어올릴지, 0%대로 내려갈지 선택은 국민과 정치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의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 노동력,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사용해서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이룰 수 있는 최대한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뜻한다. 한은이 지난 2021년 9월 발표한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021~2022년 2.0%였지만 다음 달 한은이 발표할 추정치는 기존 전망보다 더 내려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만 정부는 이런 부정적인 견해와 달리 반도체 업황 회복과 더불어 IMF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주요 선진국 중 내년 2%대 성장을 하는 국가가 우리나라 뿐이라며 반도체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하면서 우리나라도 수혜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반도체나 이차전지, 조선업 부문에서의 경기 회복은 많은 경제연구기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 업종에서만 회복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의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8일 '2024년 일반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차전지, 자동차, 조선을 제외한 대부분 산업에서 기저효과에 기반한 회복을 보일 것이라는 점에서 극적인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내년 경제는 올해 대부분의 산업이 어려웠던 것에 기반한 기저효과에 따른 경기회복 흐름을 보이면서 성장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피치 역시 전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수출은 올 3분기 바닥을 찍었지만, 내년부터 미국과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수출 회복세는 완만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