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 900선 아래로 떨어지며 침체 본격화HMM 몸값 5조 vs 7조…산은-시장 온도차 커해운업 및 주가 하락·고금리 겹치며 변수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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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M 매각을 위한 실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해운업 침체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산은은 HMM의 연내 매각 의지를 재확인하며 분위기를 다잡고 있지만, 높은 몸값이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최종 유찰될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891.55를 기록하며 9월 마지막 주(886.85)보다 소폭 올랐다. 올 들어 900~1100 사이에서 횡보해온 SCFI는 지난달 2020년 5월 이후 3년 만에 900선 아래로 떨어진 이후 현재까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세계 주요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물동량이 줄어든 반면 선박 투입량은 늘며 해상운임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해운업계의 손익분기점은 SCFI 1000으로, 운임이 이보다 낮을 땐 선박을 운항할수록 손해가 불가피하다.

    해운업의 다운사이클(경기 하락)이 HMM 매각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수가격에 대한 산은과 시장의 온도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금리 장기화에 해운업 침체가 겹치며 불확실성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산은은 지난달 국회에 HMM 매각 추진 업무보고를 하면서 HMM 예상 매각가를 최소 7조원으로 추산했다. 앞서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매각 대상으로 공고한 3억9879만주에 보고 시점 주가를 반영해 지분가치를 6조7000억원으로 산출했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7조원이 넘는다고 본 것이다.

    3억9879만주는 현재 산은과 해진공이 각각 보유한 1억120만주, 9759만주에 이달 콜옵션(조기 상환 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 규모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발행되는 신주 2억주를 더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영구채 전환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을 고려해 몸값을 재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주식전환에 따른 신주발행으로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한 정부의 HMM 지분가치는 4조6000억원대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5조원대가 매각가로 적정하다는 주장이다.

    해운업황 악화에 따라 HMM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HMM 몸값 산정에 변수로 꼽힌다. 17일 종가기준 HMM 주가는 1만4650원이다. 국회 보고 이후 한 달 남짓 만에 주가는 10% 넘게 내렸고, 시총도 7조9518억원에서 7조3503억원으로 축소했다.

    산은의 HMM 매각 의지는 완강하다. 다음 달 초 HMM 실사를 마무리한 이후 인수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고, 연내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HMM의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최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경영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HMM 매각이 유찰될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최소 5조~7조원으로 예상되는 HMM을 사들이기에는 현재 실사를 벌이고 있는 하림, LX, 동원의 현금동원력이 5000억원에서 최대 2조5000억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쪽이든 외부 자금을 동원해야 매각가를 지불할 수 있는데, 7% 안팎으로 예상되는 금리에 이자를 감당할 곳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해운업황이 좋을 때야 무리해서 인수해 투자금을 거둬들인다는 계산이라도 하지만 해운업이 침체인 현재는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