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경기침체 가능성 VS 경기 연착륙 기대고금리 장기화 전망 여전…주요 지표 결과 예의주시이팔 전쟁 지속시 美 지원 불가피…금리 영향 요인
  • ▲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뉴시스
    ▲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뉴시스
    월가 전문가들의 경기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경제가 고금리 여파로 경기 둔화 가능성을 전망하는 경고 목소리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각에선 골디락스를 점치자 미 10년물 국채금리도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각)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일대비 3bp 하락한 4.82%를 기록했다. 전일에 이어 이틀째 4.8%대 금리를 유지했다.

    지난 19일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돌파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3일 5.02%까지 올랐다가 장 중 내림세를 이어가며 종가 기준 4.84%로 마감한 바 있다.

    가파르게 오르던 10년물 국채금리가 급락한 건 월가 거물급 인사들이 잇따라 경기 둔화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선 영향이다.

    헤지펀드계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금리상승 때 이익을 보는) 채권 공매도 포지션을 모두 청산했다"며 "경제는 최근 데이터가 시사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30년 만기 국채를 공매도한다고 밝혔던 애크먼 회장이 더는 금리 상승에 베팅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월가의 '채권왕'으로 불렸던 빌 그로스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보탰다.

    그로스는 "지방은행의 대학살과 오토론(자동차대출) 연체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것은 미국 경제가 유의미하게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4분기 침체를 예상한다"고 경고했다.

    반면 고금리 지속에도 고용, 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가 예상을 웃돌자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관측도 다온다.

    지난 7월 이후 국채금리가 급등했던 것도 미 경제의 연착륙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4.0%로 올렸다. 경제 자문업체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는 3분기 성장 전망을 4.4%에서 4.6%로, 4분기 성장 전망을 1.0%에서 1.2%로 각각 조정했다.

    고금리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학자금 대출 상환 등에도 시장이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리는 것은 미국의 견조한 경제 지표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9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33만6000개 증가했는데, 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의 2배 수준이다. 이는 7월(23만6000개)과 8월(22만7000개) 증가분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고용시장이 여전히 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를 경고하는 발언에 미 국채금리가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지만 고금리 장기화 전망은 여전하다.

    브랜디와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트레이시 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6%의 국채금리는 논외가 아니다"며 국채금리가 오르는 건 구조적인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연방전부의 높은 재정 지출 경향 때문에 금리는 더 오랫동안, 더 높게 유지될 것"이라며 장기 중립금리와 기간 프리이엄 상승,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강등, 일본은행의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 폐지 가능성 등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 역시 지난 5월부터 계속 연 7% 금리론을 제시하고 있다.

    다이먼 회장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본인이 5% 금리론을 제시했을 때도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되겠느냐고 되물었다"며 "7% 금리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금리 장기화를 지지하는 연준 당국자들의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최근 "(금리인하 시기는 인플레이션이) 2%에 정말 가까워질 때"라면서 "2024년 말이라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필라델피아 연은의 패트릭 하커 총재도 "금리 인하는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은 부분"이라며 "당분간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도 미국 국채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긴급 예산을 편성해 국채 발행량이 늘면 국채 금리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관심은 오는 26일 발표되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27일 결과가 나오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에 쏠린다.

    이들 지표가 예상보다 강력하게 나오면 시장의 고금리 장기화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