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다시 150엔 돌파… 엔화 가치 1년여 만에 최저 수준美 고금리 장기화·국채 금리 상승 영향받아… 日단기금리 -0.1 유지韓 수출기업 가격경쟁력↓·관광에도 타격… 설상가상 강달러까지 겹쳐
  • ▲ 엔화.ⓒ연합뉴스
    ▲ 엔화.ⓒ연합뉴스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 대외 여건이 불확실해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설상가상 엔화 가치가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우리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이른바 '슈퍼 엔저(엔화 가치 하락)'는 여행수지를 비롯한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경기 둔화 속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26일 일본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장중 150.48엔까지 치솟았다. 연중 최고치이자 지난해 10월 32년 만에 최고치였던 150.9엔에 바짝 다가섰다.

    하나은행 고시환율을 참조하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엔/달러 환율은 150.54엔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3일에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1달러당 150.16엔까지 오르며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선을 돌파한 적 있다. 이후 엔/달러 환율은 147.3엔 안팎으로 떨어졌는데, 당시 일본 통화당국은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최근 엔화 약세는 미 금리가 오르면서 발생한 양국 간 금리차 확대의 영향이 크다.

    미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2회 연속 동결하면서 5.25~5.50%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일본 금리는 단기금리를 마이너스(-) 0.10%로 동결한 채 고수 중이다.

    다만 간밤에 미 뉴욕 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장기 국채 금리가 4.95%까지 오르며 '중대 기준점'으로 여겨지는 5.0%에 다시 다가서자 10년물 금리는 13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 현재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0.11% 오른 0.8870%에 거래됐다. 이는 2013년 7월 이후 10년3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오는 30~31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정책을 일부 변경할지 주목하고 있다.
  • ▲ 수출 안갯속.ⓒ연합뉴스
    ▲ 수출 안갯속.ⓒ연합뉴스
    이른바 '슈퍼 엔저' 지속은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폐 가치 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이 살아나면서 수출이 확대되고 관광 수요가 늘어나면서 여행수지에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올해 2분기(4~6월) 일본 수출은 앞선 분기보다 3.1% 늘어났다. 이에 힘입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8%를 보였다. 올 상반기(1~6월) 외국인 관광객은 1071만 명으로 4년 만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5%로 유지했지만, 일본은 기존 전망치(1.3%)보다 0.5%포인트(p) 높은 1.8%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달 10일 내놓은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1.4%를 유지한 반면 일본은 종전(1.4%)보다 0.6%p 높인 2.0%로 전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에 따라잡히게 된다.
    역대급 엔저는 수출 경쟁국인 국내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위험 요인이다. 석유화학·철강·기계·자동차 등은 엔저로 피해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산업분야로 꼽힌다.

    경제전문가들은 일본이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는 배경에 엔저를 통해 수출을 늘려 장기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는 복안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1월17일 내놓은 '초엔저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1~3분기 엔/달러 환율 상승률이 1%p 오를 때마다 수출가격이 0.41%p 떨어졌고, 수출물량은 0.2%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까지 엔/달러 환율 상승률이 17.9%였던 점을 참작해 9월까지 한국의 수출 감소액을 추산했더니 총 168억 달러였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9월까지 누계한 무역적자 288억9000만 달러의 58.2%에 해당한다.

    엔저 장기화의 악영향은 비단 제조업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활성화하는 관광 등 서비스 교역 부문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본을 찾은 관광객들은 엔저 효과로 일본의 체감 물가가 한국보다 저렴해 쇼핑할 때 유리하다는 태도다. 여행수지 적자 폭이 커지면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 ▲ 1360원에 마감한 원/달러 환율.ⓒ뉴시스
    ▲ 1360원에 마감한 원/달러 환율.ⓒ뉴시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0.3원 급등한 13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 국채금리 상승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여전한 대외 불확실성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강달러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