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주에 '車 기준판매율' 방식 도입 주장국산 과표, 수입보다 불리… 기준판매율 도입하면 소줏값↓野 '증류주 종량세 전환' 개정안 발의… 논의 변수로 떠올라
  • ▲ 대혀마트에 진열된 소주 ⓒ연합뉴스
    ▲ 대혀마트에 진열된 소주 ⓒ연합뉴스
    서민들이 많이 찾는 소주와 맥주의 공장 출고가가 인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수입주류보다 국산주류가 불리한 주류 과세구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9일부터 소주와 맥주의 출고가를 평균 7%쯤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비맥주는 이미 지난달부터 카스와 한맥 등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사실 주세 과세방식 문제는 업계에서는 새로울 것 없는 해묵은 논쟁이다. 하지만 소주와 맥주 출고가 인상으로 소맥(소주 6000원+맥주 6000원) 1만2000원 시대가 현실화되면서 국민들이 소주 역차별 논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역차별 논란의 핵심은 과세방식이다. 수입주류는 수입신고가를 과세표준으로 해 주세를 부과하지만, 국산주류는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 이윤까지 더한 가격을 과표로 해 주세를 부과한다. 이런 역차별 논란으로 맥주는 지난 2020년 과세방식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었다.

    종가세는 말 그대로 주류가격이나 주류 수입업자가 신고한 수입가격에 주세율을 곱해 과세하는 방식이다. 종가세를 적용하는 경우 제품의 가격이 낮으면 과세되는 주세가 낮다. 반면 종량세는 출고하는 주류의 양에 따라 주종별 세율을 곱해 주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종량세를 적용하면 주류가격이 달라도, 주종과 출고량이 같다면 주세가 똑같이 적용된다.

    종가세가 적용되는 주류는 소주, 위스키, 브랜디, 리큐르 등 증류주이며 주세율은 72%다. 종량세는 맥주와 약주, 청주, 과실주, 탁주 등에 적용한다.

    종가세의 가장 큰 문제는 3년 전 국산맥주 역차별 논란이 일었던 것과 동일하다. 소주를 예로 들면 소주는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광고비+인건비), 이윤을 더한 금액을 과표로 산정한다. 여기에 주세율 72%를 곱한 뒤 주세의 30%를 또 교육세로 부가한다. 공장 원가와 주세, 교육세를 모두 합쳐 부가가치세를 부과한 것이 공장 출고가격이다.

    반면 수입 증류주의 경우 판매관리비나 이윤을 포함하지 않은 수입 신고가격(원가)과 관세만을 더한 가격에 주세를 부과한다. 당연히 형평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현재 하이트진로의 참이슬(360ml) 1병의 공장 원가는 548원이며 주세는 395원, 교육세는 118원, 부가세는 106원으로 이를 모두 합치면 총 1167원이다. 소주 1병에 부과되는 세금이 619원으로 공장 원가보다 많은 셈이다.

    만약 수입 소주의 수입 신고가격이 400원이라면 가격경쟁력 면에서 국산 소주가 훨씬 불리하다.

    이에 대안으로 나온 것이 기준판매율 도입이다. 기준판매율은 과표를 정할 때 적용하는 비율인데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개별소비세다.

    자동차 개별소비세도 국산차와 수입차의 과표 기준이 주류 과세방식과 똑같아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국산차는 제조비용과 판매 이윤, 유통비용을 과표로 하는 반면 수입차는 수입 신고가격만을 과표로 삼았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 7월부터 국산차에 기준경비율을 적용해 과표를 줄여 세 부담을 적게 했다. 현재 국산차 기준판매율은 18%인데 제조비용과 판매 이윤, 유통비용을 모두 더해 나온 반출가격의 18%를 덜어내고 개소세를 부과한다. 그만큼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 ▲ 추경호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 추경호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이 같은 방식을 주세에도 적용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정감사에서 국산 증류주에 기준판매율을 도입하자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 "국세청과 관련 전문가 등의 얘기를 들어가면서 기준판매율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창기 국세청장 역시 "기준판매율 제도를 도입하면 국산주류와 수입주류 간 형평성 문제를 제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등 정부에서는 종가세 과세방식에 기준판매율 도입하면, 통상마찰 우려 없이 역차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데다, 소주가격 인하 효과도 누릴 수 있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정부·여당 입장에서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소줏값 인하'는 활용하기 좋은 카드다. 고물가로 힘든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면서 국산주류 역차별 문제까지 해소한다는 명분까지 쌓을 수 있다.

    다만 야당에서 최근 증류주에 종량세를 적용하자는 주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증류주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 값비싼 위스키를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소주와 위스키 등 모든 증류주의 과세방식을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가격이 비교적 비싼 수입 위스키의 가격이 대폭 낮아지며 소주 등 국산주류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전문가는 "주류는 제품 간 가격 영향을 많이 받는다. 증류주 과세방식을 종량세로 전환하면 수입 위스키와 소주 모두 가격이 인하되겠지만 인하 폭은 수입 위스키가 더 클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수입 위스키를 찾을 것이다. 지금도 주류 무역수지 적자가 심각한데, 국산 주류를 살리지는 못할 망정 증류주에 종량세를 도입하자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차라리 기준판매율 도입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