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 40% 상생금융 부담금… 2조 부과추경호 "검토할 필요 못 느껴"억지 세금 → 대출 금리 상승 악순환 우려
  • ▲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은행 횡재세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뉴데일리DB
    ▲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은행 횡재세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뉴데일리DB
    드디어 올 게 왔습니다. 그동안 입도마에만 오르던 횡재세 얘기입니다. 민주당이 기어코 법안으로 국회에 냈습니다. 그것도 당론으로 밀기로 했습니다. 이재명 당대표도 법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압도적인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만큼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습니다. 당장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검토할 필요성도 못 느낀다"며 단칼에 잘랐지만, 민주당은 어떻게든 밀어붙일 기세입니다. 당 싱크탱크인 정책위가 신경써서 법안을 다듬은 만큼 여당도 무작정 반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발의된 법안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금융회사가 지난 5년 동안의 평균 순이자수익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에는 해당 초과 이익의 40% 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 을 부과·징수하여야 한다."

    예컨대 A금융사가 지난 5년간 매년 평균 100만원의 이자수익을 얻었는데 올해 160만원을 벌었다면 120만원을 제외한 40만원의 40%, 즉 16만원을 기여금으로 내야 하는 겁니다. 징수한 기여금은 저소득·저신용 취약계층이나 소상공인을 위해 사용합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성주 민주당 의원이 계산해보니 올해 바로 시행할 경우 은행권 기준으로 약 1조9000억원의 기여금이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왜 우리만? 금융사 뿔났다

    사실 횡재세는 금융업계만 거론되던 이슈가 아니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은 국제유가로 돈방석에 앉은 정유사도 횡재세 대상으로 거론됐습니다. 코로나19 당시 짭짤한 수익을 낸 제약업도 있었죠.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에 금융사만 콕 집어 횡재세를 매기겠다고 나섰습니다. 민주당 관계자 얘기를 들어보면 가장 여론이 좋지 않은 금융권을 원포인트로 집어 신속한 처리를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정유사나 제약사까지 포함시키면 당연히 반발이 거셀테고,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겠지요. 사실 정부당국이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금융사들이 여타 민간기업에 비해 고분고분하다는 걸 노린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 ▲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은행 횡재세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뉴데일리DB
    외국인 지분 70%… 투자금 뺄라 '비상'

    흔히 은행을 금융기관이라 부를 정도로 공적인 역할이 다분하지만, 엄연히 주주들로 이뤄진 민간 기업입니다. 특히 주주 상당수가 외국인이란 점이 더 그렇습니다. 아무리 사회적 공감대가 꾸려져 법을 만든다 해도 외국인들은 그 법을 따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리딩뱅크를 달리는 KB금융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72.62%에 달합니다. 3분의 2가 넘죠. 하나금융은 68.65%, 신한금융은 59.92%로 모두 절반이 넘습니다. 업력이 짧은 우리금융도 37.17%에 달합니다.

    실제로 횡재세가 거론되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 외국인 지분율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나금융 외국인 지분율은 연초 70%가 넘었지만 60%대로 주저앉았고, 신한금융도 60%대가 무너졌습니다. 안정적인 수익을 노리고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거죠.

    횡재세 법안이 발의된 어제(14일) KB금융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24만주 넘게 던지기도 했습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횡재세 관련한 질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아직 명확한 전망과 분석이 나오지 않아 대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더군요.

    취지는 좋다지만… 피해자는 결국 국민

    횡재세가 실제로 시행되면 금융사들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은행이 어떤 곳인데 가만히 앉아서 손해 볼 리 만무합니다.

    당장 정상 차주들의 대출금리를 올릴겁니다. 물론 정부당국의 눈에 띄지 않게 천천히 높여가겠죠. 횡재세를 낸 손실을 메워야 하니까요. 취약계층을 돕는 자원을 조금 덜 취약한 고신용자들이 내는 구조가 될 거라고 다들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정작 취약계층을 위한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은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리스크는 크고 집행규모는 크지 않아서 은행들이 꺼리는 상품입니다. 하지만 사회공헌 차원에서 분담해서 떠맡고 있는 구조죠. 만약 횡재세로 취약차주를 지원한다면 그만큼 중·저신용자 대출은 줄일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이런 악순환은 지난 정부에서 민주당이 추진한 주택임대차법과 비슷합니다. 집주인에게 세금을 더 내게 했더니 월세가 오르고, 집값이 뛰었죠.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건설사는 호황을 누렸지만, 한켠에선 전세사기가 터져나오며 서민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결과만 낳았습니다. 금융사에 때아닌 세금을 매기면 결국은 애꿎은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회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다ⓒ뉴데일리DB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회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다ⓒ뉴데일리DB
    총선 앞둔 여당은 '아리송'… 합리적 수준 도출해야

    은행 횡재세를 바라보는 여권의 기류는 아리송 합니다. 수억원에 달하는 성과급·퇴직금을 바라본 여론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건 분명한데 막연히 반대만 하기도 어렵다는 분위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종노릇', '갑질' 등 수위 높은 은행 비판을 더해놓은 것도 한몫합니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정부 측에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선을 긋는 것은 변수입니다. 민주당이 강행 입법한다 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한 인사는 "당 내부에서도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야당이 협상을 제안해 오면 응할 여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지나치게 과도한 부과 기준과 부담금 비율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평균 이자수익의 120%만 초과해도 부담금을 내야 하고, 추가이익의 40%를 뺏어가는 건 가혹하다는 주장입니다.

    사실 앞서 발의된 법안에서는 부과 기준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p 이상 인상한 회계연도'로 한정하고, 부담금 비율도 10% 수준이었습니다. 기준금리가 대폭 오르는 건 금융위기급의 강력한 외부 변수가 작용했다는 의미이고, 그럴 경우 10% 정도는 부담가능하다는 인식입니다.

    바야흐로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금융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고까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다고 부작용이 예상되는 법을 무작정 만들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어느 지점,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을 도출하는 역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