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상임위 소위 장기계류중… OECD서 韓·튀르키예만 없어野, 총선 겨냥한 "확장재정, 법인세 인상" 등 포퓰리즘 주장가계·기업부채도 뇌관… 한은, 경기부진에 '기준금리 인상' 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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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정부가 내년 지출을 줄이고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한 '재정준칙' 법제화까지 추진하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증세와 확장 재정을 주장하는 야권의 반발로 인해 국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아울러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는 가계‧기업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고강도 긴축정책의 필요성도 제기되나, 경기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통화당국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총선 앞두고 포퓰리즘?… '재정준칙' 법안 통과 불투명19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정준칙 법안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재정준칙이란 국가채무나 재정적자 등 국가 재정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규범을 말한다. 과도한 국가 재정지출을 제어하기 위한 장치로써 현재 세계 90여 개국에서 재정준칙을 준수하고 있다.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 측은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시 국민 피해는 물론 미래세대 부담이 커진다"며 재정준칙 법제화를 위한 야당의 협조를 적극 요청하고 있으나, 더불어민주당에선 오히려 부자증세와 함께 정부의 확대재정을 요구하고 있다.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금으로 표를 사는 포퓰리즘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만, 민주당 내에선 법인세율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해 최고세율(24%)을 적용받는 기업을 늘려 부족한 세수를 보완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등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준칙 도입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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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계류 중인 재정준칙 법안은 박대출 의원(국민의힘)이 대표 발의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으로, 예산 편성 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아울러 국가채무가 GDP의 60%를 넘어서면 2% 이내로 유지토록 규정한다.재정준칙 법안은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43개 안건 중 39번째로 올랐다. 지난 16일 열린 1차 재정소위에서는 9번째 안건까지 논의됐다. 소위 일정을 고려하면 법안 논의가 다음 달 첫째 주엔 시작될 수 있지만, 이는 야당의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정부는 향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려면 재정준칙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일 정도로 국제적인 규범이기도 하다.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4일 회의에서 "우리나라에서 재정준칙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시혜성 퍼주기 예산으로 인해 지난 정권에서 국가채무가 400조 원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부채비율 증가 속도는 비기축통화국 중에서도 가장 빠른 편으로,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이 현재 50%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기업부채 '비상등'… 한은, 경기부진에 '금리인상' 요원일각에선 정부가 재정준칙 도입 등을 통한 정부 재정건전성 관리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인 가계‧기업부채 관리에도 적극 나서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 민간 부채 증가세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한은이 지난 8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86조 6000억 원으로 한 달 만에 6조 원이 늘었다.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규모도 10월 한 달간 6조 3000억 원 늘었는데, 이는 9월 증가분(2조 4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기업대출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0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64조 3160억 원으로 전월(756조 3309억 원)보다 7조 9851억 원 늘었다. 지난해 말(703조 6746억 원)과 비교하면 올해에만 무려 60조 원 넘게 증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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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는데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부진한 경기 상황 때문이다.한은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3.50%로 올린 이후 지난달까지 여섯 차례 연속 동결했다. 이로 인해 미국과의 금리차이가 역대 최대인 2.0%포인트(p)까지 벌어진 상태다.'상저하고'로 대표되는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에 한은도 일정 부분 보조를 맞춘 셈인데, 올해 성장률 1.4%를 맞추려면 4분기에만 0.7% 이상 성장해야 하는 등 기대와 달리 경기 회복세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고금리가 지속되면 민간 부채의 부실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점에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2024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지표는 아직까진 양호한 편이지만, 최근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의 중소기업과 가계여신, 비은행업권 대출의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자영업자 대출 부실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