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아마존서 온라인 판매, 제조사 중 최초 입성국내는 노조 반대로 확대 무산, 논의 평행선흥행 시 연착륙 기대감, 노사 합의 관건
  • ▲ 현대차가 2024년부터 아마존을 통해 온라인으로 차량을 판매한다 ⓒ현대자동차그룹
    ▲ 현대차가 2024년부터 아마존을 통해 온라인으로 차량을 판매한다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가 북미서 아마존을 통해 온라인 판매 채널을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온라인 채널 확장은 묘연한 상황이다. 판매노조 반대로 미진한 논의 속에서 북미 시장의 성과를 바탕으로 시너지가 창출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LA 오토쇼를 통해 내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아마존을 통한 온라인 판매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제조사 중 아마존에서 차량을 판매하는 사례는 현대차가 최초다. 아마존에는 기존에 광고 목적의 자동차 쇼룸만 존재했고, 디지털 전시관을 통해 차량용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형태가 전부였다. 아마존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만큼 다른 제조사에 앞서 선점효과를 누릴거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해외에서 온라인 판매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추세다. 디지털 구매 플랫폼 ‘클릭 투 바이’는 2017년 영국을 시작으로 호주와 인도 등지에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는 100% 비대면 판매를 시행하고 있다.

    클릭 투 바이는 국가별 공식 홈페이지에서 차량 선택부터 구매까지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서비스다. 옵션 구성과 구매를 위한 금융 선택까지 온라인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현대차는 아마존에서 클릭 투 바이 프로세스와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국내에서도 온라인 판매채널 구축을 시도하고 있지만, 제한적인 도입에 그치고 있다. 판매노조가 고용 안전성과 수당 등을 이유로 온라인 채널 확대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온라인 판매를 도입한 모델은 2021년 9월부로 시작한 캐스퍼가 유일하다.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에 따르면 차량 판매방식은 노조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노사는 캐스퍼 출시 전 ‘캐스퍼 이외 차종에 대한 판매방식 변경 시 노조와 충실히 협의한다’는 내용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기아도 EV6 사전예약을 온라인 상에서 진행하려고 했으나 영업노조의 반발을 샀다.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전예약을 병행하는 형태로 노사 합의가 이뤄졌다. 동시 사전예약 결과 개인 고객의 54%는 온라인 사전예약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가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에 주춤한 사이 다른 제조사들은 온라인을 통한 고객 접점을 늘리는 추세다. 테슬라, 폴스타와 같은 EV 전용 브랜드 외에도 벤츠, BMW 등 전통 제조사도 온라인 한정판을 출시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100% 온라인으로 판매 프로세스를 변경하는 데 성공했다.

    제조사에서 온라인 세일즈를 확대하는 이유는 결국 영업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대리점 운영비와 더불어 판촉 프로모션에 드는 금액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 전동화, SDV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도 온라인 확산과 맞닿은 부분이다.

    비대면 서비스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리점이나 딜러사마다 다른 가격 정책으로 인해 손해보거나 발품 팔 일이 없다. 대면 상담으로 드는 절차와 시간도 최소화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업계에서는 북미 시장에서 아마존을 활용한 판매 성과가 나타나면 국내에 온라인 채널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효율적인 유통 방식과 마케팅을 통해 축적한 비대면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을 거라는 점에서다.

    다만 디지털 판매로 인한 영업사원들의 입지 축소를 방지하며 노사 간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점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 판매노조는 캐스퍼가 출시 초기 시장에서 호응을 얻자 판매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론칭한 인증중고차를 비롯해 다른 분야에서는 온라인, 비대면 경험이 확장되는 추세로 이러한 흐름 자체를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해외에서 적용 중인 클릭 투 바이도 고객 문의와 상담은 딜러가 맡는 만큼 기존 인센티브 체계와 충돌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