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중기중앙회, 27일 간담회 열고 중처법 유예 법안 통과 촉구지난 22일 여야 합의 불발로 미상정… 29일 법사위 전체회의 '데드라인'본회의 둘러싼 여야 갈등 고조, 29일 전체회의 미뤄질 가능성 커져중기중앙회 "대표자 구속은 곧 폐업… 충분한 시간과 전폭적 지원 필요"
  •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해소를 위한 금융업 간담회에서 자리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해소를 위한 금융업 간담회에서 자리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의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와 중소기업계가 27일 유예 법안 통과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사실상 이달 말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기한인 만큼 거대 야당을 압박해 입법에 나서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야당은 정부의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조율은 쉽잖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이날 오후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중소기업인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엔 이정식 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등 등 관련 협·단체 대표 20여 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선 중처법이 가장 큰 화두로 다뤄졌다. 중처법은 50인 이상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건설업 사업장에 적용된다. 해당 사업장에서 인명피해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됐으나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대응여력이 부족한 점 등을 고려해 적용을 3년 유예했다. 이에 내년 1월 27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중소기업계의 입장을 대변해 중처법 확대 적용 시행일을 2026년 1월 27일로 2년 늦추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노동부를 비롯한 관련 주무부처들은 해당 법안에 '이견이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며 긍정 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에 반대하면서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상정에 실패했다. 민주당은 중처법을 속히 확대 적용해야 한다며 노동계와 보폭을 맞추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현실적인 여건상 유예가 불가피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김 중기중앙회장은 "노사 법치주의 확립과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도 개선으로 중소기업 경영에 조금 숨통이 트였지만, 내년 1월부터 83만 개소에 달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으로 현장의 우려가 크다"면서 "대표자의 구속과 징역이 곧 폐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영세 중소기업의 상황을 고려해 충분한 시간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중소기업계는 중처법이 확대 적용되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처벌이 집중될 것이라 우려한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이달 21일 발표한 '50인 미만 사업장 중처법 적용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이 중처법 관련해 기소한 기업 28개소 중 23개소(82.1%)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었다. 법원 판결을 받은 기업 10개소 중 9개소도 300인 미만 규모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9개소 중 5개소는 50인 미만의 소규모 건설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 ▲ 고용노동부.ⓒ뉴데일리DB
    ▲ 고용노동부.ⓒ뉴데일리DB
    최근 국정감사에서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고민 중"이라며 에둘러 유예 가능성을 시사했던 이 장관은 이날 다시 한번 추진 의지를 밝혔다. 그는 "중처법 확대 적용과 관련해 법이 발의돼 있는 만큼 여야 간 논의를 지원하겠다"면서 "중소기업은 과거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의 주역이자 현재도 든든한 근간으로서 미래를 위한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고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띄웠다.

    민주당은 중처법 유예를 전면 반대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사과 등이 전제된다면 고민해볼 수 있다는 태도다. 내년 총선에서 민심을 잃을 것을 우려해 유보적인 입장으로 전환한 셈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중처법 확대 적용)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 사과를 전제로 유예기간 연장을 생각할 수 있다. 정부의 구체적이고 확실한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던 바 있다. 다만 사과나 로드맵 등 정부 차원에서 먼저 뚜렷한 명분을 제시해야 함을 분명히 했다.

    중처법 확대 적용 시행일이 불과 두 달밖에 남지 않은 만큼 정부는 여론 환기에 본격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오전에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처법이 확대 적용될 경우 아직 충분한 준비와 대응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부담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국회에서 유예 법안을 연내 조속히 처리해주길 거듭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법사위는 이르면 오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유예 법안에 관해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여야 간사 간 협의를 통해 상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앞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상정에 실패한 만큼 이날은 사실상 법안 처리를 위한 데드라인으로 여겨진다.

    최근 들어 더욱 격화한 여야 간의 갈등으로 인해 분위기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여야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일부 검사들의 탄핵소추안을 두고 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30일과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탄핵 등 정치적인 목적으로 본회의를 소집해서는 안 된다며 맞서고 있다.

    앞서 22일 법사위에서도 국민의힘은 본회의 일정을 두고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날 전체회의를 미루겠다고 선언했던 바 있다. 이에 반발한 민주당 의원 10인이 전체회의 개회 요구서를 내면서 회의가 열렸지만, 이미 개회 여부를 두고 갈등이 고조된 상태인 여아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고성을 주고받다가 결국 20여분 만에 산회했다.  여야 간 유예 법안 상정 여부를 합의하기엔 분위기가 냉각됐을 뿐만 아니라 전체희의 자체가 열리지 않을 공산이 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