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덴마크·베트남 등 '2009년 이후 출생자' 담배 구입 금지국내 담배사업법 개정… 담배 원료 잎→줄기·뿌리 확대합성 니코틴, '안전성 미검증' 이유로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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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특정 연령대 국민들이 연초와 전자담배를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세대별 금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담배에서 거둬들이는 막대한 세수를 포기하더라도 국민건강을 확보하기 위함이다.전세계적으로 담배 규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시대에 뒤쳐진 법안 손질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등 ‘2009년 이후 출생자’ 평생 담배 구매 금지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뉴질랜드 정부는 2009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사람들에게 액상 및 궐련형 전자담배를 포함한 모든 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소매점의 수를 90% 이상 줄이는(8000→500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세대별 금연은 2027년부터, 소매점 감소는 2024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규제 소매점에는 주요 판매처인 슈퍼마켓도 포함돼있다.이는 현재 약 20% 수준인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앞서 2020년 네덜란드는 판매되는 모든 담배갑의 색을 회색만 가능하도록 한 바 있다. 전자담배 역시 최대 허용 니코틴 농도를 20㎎/㎖로 제한하고 가향이 불가능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했다.다만 지난달 진행된 총선에서 승리한 뉴질랜드 행동당 등으로 구성된 새로운 중도우파 정부가 해당 법을 폐지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현재로서는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뉴질랜드 외에도 유럽 다른 국가와 동남아시아 지역도 세대별 금연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영국은 지난달 법적 흡연 연령을 매년 1년씩 높이는 방식으로 2009년 이후 출생자들이 합법적으로 담배를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금연 규제 정책을 제안했다. 전자담배는 물론 비(非)니코틴 담배, 니코틴 파우치 등도 포함된다. 해당 제안이 통과될 경우 유럽에서 처음으로 세대별 담배 판매 금지를 적용하는 나라가 된다.베트남의 경우 이미 지난해 2009년 1월 이후 태어난 국민을 대상으로 담배를 구입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말레이시아 역시 동일한 법령을 두고 세부적인 내용을 손질하고 있는 상황이다.이밖에 홍콩, 덴마크, 아일랜드, 싱가포르 등도 뉴질랜드와 영국의 법 시행 여부에 따라 동일한 규제를 진행하기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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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맹이 빠진 담배사업법 개정… 청소년 보호 사각지대반면 국내의 경우 액상 니코틴 규제 범위를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담배 원료를 연초의 잎에서 뿌리·줄기로 확대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다뤄지고 있지만 액상 니코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합성 니코틴은 여전히 제도에 편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앞서 지난 11월 21일 여야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담배 원료를 ‘연초의 잎’에서 ‘연초의 잎이나 뿌리, 줄기’로 넓히는 개정안에 합의했다.개정안에 따라 연초 뿌리나 줄기로 만든 전자담배도 온라인 판매 등이 금지된다. 다만 합성니코틴의 경우 독성·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담배 원료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기획재정부의 반대 의견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액상 니코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합성 니코틴이 제외되면서 사실상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자담배 액상 용액 중 합성 니코틴은 92.2%에 달한다.수입도 늘어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용 합성니코틴 수입량은 2020년 56톤에서 지난해 119톤으로 두 배 급증했다.규제 테두리에 포함되지 않은 합성 니코틴은 여전히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기존 담배와 마찬가지로 미성년자의 경우 구매는 불가능하나, 온라인 수요가 있는 만큼 대리 구매를 통해 청소년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지난해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이전 한 달 동안에 하루 이상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청소년 비율은 2.9%로 2020년 대비 1%P 증가했다. 특히 여학생의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율이 1.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