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에 원전기술 핵분열·융합 포함…사업 허가기간 단축 시장진출 '기폭제' 역할…전세계 22개국 '넷제로' 선언원전용량 2050년까지 3배이상 확대…서유럽시장 '활짝'
  • 슬로베니아 크루슈코 원자력발전소. ⓒ대우건설
    ▲ 슬로베니아 크루슈코 원자력발전소. ⓒ대우건설
    유럽 원자력발전시장이 국내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주요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 각국이 화석연료 대체제로 원전수요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회가 최근 '탄소중립산업법(NZIA, 넷제로산업법)' 혜택대상에 원전을 포함시키면서 시장확대 가능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유럽 원전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지만 중동과 같은 공사미수금 등 리스크 가능성이 적어 국내건설사들 진출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루마니아와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에 이어 서유럽에서도 국내건설사들의 K-원전 수출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유럽의회는 최근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탄소중립산업법 협상안을 찬성 376표로 통과시켰다. 채택된 협상안엔 원전기술인 핵분열·융합이 포함됐다. 원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발전단가도 낮아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은 미국이 IRA를 내세워 자국 산업보호에 나서자 유럽연합이 이에 대응하고 친환경산업을 강화할 목적으로 제정됐다. 원전 등 관련산업 제조역량을 2030년까지 40% 끌어올리는 것이 골자다. 관련사업 추진시 허가기간이 대폭 단축되는 등 규제완화안도 담겼다.

    관련 업계에선 해당법안이 최종 확정돼 시행되면 EU국가들의 원전사업 확대와 그에 따른 국내건설사들의 시장진출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 전세계 22개국이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를 선언한 것도 호재다.

    22개국 대표단은 지난 3일 UAE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서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하고 원전용량을 2050년까지 2020년대비 3배이상 확대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들 국가는 원자력에너지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소형모듈원전(SMR)과 다른 첨단원자로 개발과 건설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또 세계은행(WB) 등 국제금융기관이 원자력에너지 관련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번 선언에는 유럽에서만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몰도바 △네덜란드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웨덴 △우크라이나 △영국 등 12개국이 참여하며 원전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가늠케 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이번 원전 관련 선언문 채택은 각국간 합의단계에 그치는 수준이지만 추후 넷제로산업법과 시너지를 내면 원전시장 확대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며 "동유럽을 중심으로 진행중인 국내건설사들 원전수출이 서유럽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 지지 선언식'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 지지 선언식'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건설사들의 원전시장 진출은 동유럽에 집중돼 있다.

    루마니아에선 한국수력원자력이 2조5000억원 규모 원전설비 개선사업 수주를 앞두고 있다. 본 사업은 1996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 설비를 개선하는 것으로 2027년부터 32개월간 터빈과 발전기 구성품 교체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전KPS·두산에너빌리티가 시공과 일부 기자재 공급을 맡고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방폐물 보관시설 및 업무용건물 등 인프라건설을 담당한다.

    체코와 폴란드에서도 신규수주가 기대되고 있다. 한수원과 대우건설 등으로 구성된 팀코리아는 2036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1200㎿급 원전 1기를 짓는 체코 원전 건설사업에 최종입찰서를 제출했다. 경쟁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전력공사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석탄발전소를 철거하고 원전을 설치하는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건설 2단계사업도 팀코리아의 수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체코·폴란드 팀코리아에 참여하는 것 외에 슬로베니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건설사업,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3·4호기 신규 건설사업 참여도 추진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폴란드 사업 수주가 가시화하면 현지 지사설립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추후 유럽시장내 SMR 확대에 대비해 국내외 협력사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우크라이나 원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미국 원전 전문기업인 '홀텍 인터내셔널'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29년 3월까지 우크라이나에 SMR 20기를 건설하기로 했다. 지난 3일에는 우크라이나 원자력공사 에네르고아톰과 원전사업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하며 원전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서유럽에선 영국 원전시장 진출이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문을 통해 양국은 9건의 원전 건설·설계 관련 MOU를 체결했으며 신규사업을 위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영국은 2030년까지 최대 8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으로 아직 관련 산업 생태계가 갖춰지지 않아 국내 건설사들의 진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유럽 원전시장은 중동 등 다른 시장보다 안정적이지만 기술력 격차 등으로 진입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현지 파트너십 구축 등을 통해 틈새시장 공략을 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MR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재한 해외건설협회 책임연구원은 "2030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70여개 SMR이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고 관련 원전기술도 빠르게 도입되는 상황"이라며 "지분 투자와 기술개발 협력 등을 통해 SMR 관련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