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사 자금줄 역할 중즈그룹·완샹신탁 채무 불이행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에 신탁업계 줄줄이 균열"은행권 시스템 위험 초래 가능성은 높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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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헝다와 비구이위안 등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잇달아 디폴트에 직면한 데 이어 부동산 부실 리스크가 그림자금융(비은행 금융상품) 부문으로 전염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미국 CNN 보도 등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하면서 부동산 문제가 그림자 금융 부문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림자 금융'은 은행과 같은 규제·감독을 받지 않는 금융기업 또는 상품이다. 

    최근 중국에선 부동산 투자에 나선 중즈그룹과 완샹신탁이 투자자들에게 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중즈그룹은 지난 8월 산하 자산관리회사가 투자금 지급을 연기하다가 지난달 지급불능을 선언해 그룹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중즈그룹은 지난달 22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사과 서한을 통해 "심각한 초과 채무 상태로 인해 그룹이 중대한 경영 리스크에 직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사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그림자 금융'의 대명사로, 한때 자산 규모가 1조위안(약 182조원)에 달하며 승승장구했다.

    중국 당국이 파악한 회사 부채는 자산 총액의 거의 두 배 가까운 최대 4600억 위안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연스럽게 파산에 이를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당국의 강도 높은 수사로 인해 공중분해될 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더불어 이달에는 유명 금융그룹인 완샹신탁 역시 최근 만기가 도래한 신탁 상품을 3개월이 넘도록 환매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신탁상품은 구이저우성에 병원 건립 자금 확보를 위해 판매된 것으로, 총판매액이 10억위안(약 18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광범위하게 대출을 해준 신탁업계에 줄줄이 균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카이위안 캐피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브록 실버스는 이러한 문제가 중즈그룹이나 완샹신탁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림자금융 업계의) 광범위한 붕괴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집계 방식에 따라 적게는 3조달러(약 3922조원)에서 많게는 12조달러(약 1경569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림자 금융 중에서도 최근 10년 사이 가장 빠르게 성장한 것은 신탁업체들이다. 이들 보유 자산은 2010년 대비 8배 늘어난 21조위안(약 3832조원)으로 추산된다. 

    또한 데이터 제공업체 유즈 트러스트에 따르면 이들 부동산 신탁투자상품 디폴트(채무불이행) 규모는 2021년 917억위안(약 16조7000억원), 2022년 930억위안(약 16조9000억원)에 이른다.

    신탁업체들이 만기가 도래한 자금을 지급하기 위해 기업·지방정부 채권 등 유동성 자산을 처분할 경우 채권 가격 하락은 물론 심하면 채무 불이행 문제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UBS그룹 전 애널리스트인 제이슨 베드포드는 "중국의 신탁회사 상당수가 환매를 중단할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자금난에 처해 있다"면서 "문제가 있는 업체들에게 막대한 대출을 내준 신탁업계에 이미 거대한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가 은행권 전반의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매쿼리그룹의 래리 후는 "그림자 금융 문제가 시스템적 위험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공식적인 은행 부문의 경우 신탁업체들에 대한 익스포저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