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PET 해중합 시설 투자 재조정수소사업 투자금 및 목표액 모두 낮춰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확대… 4분기 다시 적자 우려"
  • ▲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전경. 사진제공ⓒ롯데케미칼
    ▲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전경. 사진제공ⓒ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사업 구조 재편에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몇 년 간 석유화학 불황 기조에 차세대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했지만 목표했던 투자 시기를 변경하는 등 일부 사업 조정에 들어갔다. 좀처럼 수익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에 무리한 투자 리스크는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1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현재 준비 중인 울산공장 내 PET(페트) 해중합 시설의 투자 기간을 기존 내년 6월에서 2027년 12월로 연기했다. 기존 완공 목표보다 3년 넘게 늦춘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 울산공장에 국내 최초로 폐PET의 화학적 재활용 사업을 위해 PET 해중합 시설을 4만5000t 규모로 신설하고 여기서 생산된 재활용 원료를 다시 페트로 만드는 11만t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 페트 생산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중 화학적 재활용페트(C-rPET) 생산시설은 지난해 완공했다.

    해당 사업의 총 투자 금액은 770억원이며, 이를 통해 친환경 사업의 교두보로 활용할 목적이었다.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남은 투자금액은 634억원이다. 기초소재 부문에는 폐PET 관련 신규사업 외에도 GS에너지 합작 신규사업과 인도네시아 전기차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사업, EOA 증설 신규사업, 헤셀로스 임가공 사업 등의 투자가 남아 있는 상태다.

    롯데케미칼이 투자 계획을 선회한 데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 약세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경영상 판단에 의해 PET 해중합 시설 투자 기간을 연장한다"고 말했다.

    미래 사업으로 낙점한 수소 사업의 투자도 재조정했다. 당초 수소 사업에 2030년까지 6조원을 투자해 매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정부 정책을 이유로 사업 투자 계획을 기존 6조원에서 3조원으로, 매출 목표는 3조원으로 내렸다. 수소 생산 목표도 연산 120만톤에서 60만톤으로 절반 가량 줄였다.

    최근 몇 년 동안 롯데케미칼은 '이차전지·수소·리사이클'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대규모 투자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케미칼은 악화된 실적이 언제 개선될지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인도네시아 NCC 건설 프로젝트 등에 대한 투자 부담 확대도 재무안정성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9485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3분기 28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이는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가 컸던 만큼 4분기 호실적을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 롯데그룹은 최근 화학군의 총괄대표로 이훈기 ESG경영혁신실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차세대 사업 재편을 고려한 인사 조치다. 이 사장은 그룹 내 화학 계열사의 시장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을 받는다. 롯데케미칼 타이탄 대표이사를 비롯해 기획부문장을 맡은 과거 경험을 살려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완성시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