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불법 증권계좌 원인 'KPI' 지목"소비자보호+장기성과 중심으로 개편"당국도 KPI 개편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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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은행권에 증권계좌 무단개설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논란 등 불건전영업행위가 잇따라 터지면서 사고발생 원인 중 하나로 은행 임직원의 KPI(핵심성과지표) 강화가 떠올랐다. 

    비난의 화살을 맞은 은행들은 직원들이 무리한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KPI를 개편하고 나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노사는 KPI에서 투자상품 판매실적에 대한 배점을 낮추고 고객 수익률 비중을 확대하는 개선안을 논의중이다. 

    이는 은행 판매 수수료보다 고객의 수익률 비중을 더 높여 고객과 은행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상품과 서비스 체계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KPI는 은행 직원들의 성과를 책정하기 위해 만든 지표로, 은행 영업 전략과 목표에 따라 비중과 배점이 바뀐다.

    KB국민은행은 ‘소비자 보호’와 ‘장기 성과’ 등 고객 중심으로 KPI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변경된 사항은 이르면 내년 초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은행들이 KPI 개선에 나선데는 실적 압박이 무리한 영업으로 이어져 불건전영업행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선 지난 8월 DGB대구은행 직원들의 불법 증권계좌 개설사고는 KPI와 무관치 않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영업점 KPI에 증권계좌 개설 만점기준을 고객당 1계좌에서 2계좌로 늘리고 직원 실적에도 이를 확대 반영토록 바꿨다. 이로 인해 56개 지점 직원 114명이 고객 몰래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했다. 

    최근 불거진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문제 역시 시중은행들의 영업실적 중심의 KPI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ELS, 펀드 등 투자상품 판매시 직원 KPI에 예적금 보다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은행 관계자는 “현행 KPI가 은행원들을 성과압박에 내몰리게 하고 금융사고나 불건전영업행위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해 금융당국이 KPI를 소비자 중심으로 개편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임직원 KPI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KPI가 특정 상품 판매실적과 연계돼 금융사고와 불건전영업행위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준법감시부서 등에서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체계를 구축하도록 은행에 요구했다. 

    금감원은 이같은 KPI 적정성 점검을 내년 4월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