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확충 '낙수효과' 기대감 결여… 지방의료 패싱의 결말 영국과 다른 국내 의료체계 '기계적 평등·비밀 청탁' 비판론도 '진료 새치기' 논란 가중… 소청과의사회 이재명 대표 고발
  • ▲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에서 응급헬기를 이용했고 한강 노들섬에 착륙했다. ⓒ서성진 기자
    ▲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에서 응급헬기를 이용했고 한강 노들섬에 착륙했다. ⓒ서성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대병원 전원, 헬기 찬스'를 두고 의료계 비판이 확산하고 있으며 이는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논리로 확장됐다. 의사 확충이 응급실 뺑뺑이와 지역의료 살리기를 위해 작동하지 못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우세하다. 

    8일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서울대병원 전원과 관련 "헬기를 타고 서울로 올 거면 의사나 지역병원을 늘릴 게 아니라 헬기를 늘리고 서울대병원 주변에 헬기 착륙장을 대거 확보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지역의료 활성화를 주장하던 유력 정치인이 의료계가 지적했던 부작용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국가적 재정 고갈을 우려하면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의사를 늘려도 응급실 뺑뺑이와 지역의료를 못 살리는 이유가 극명하게 증명된 사안"이라고 했다. 

    의대증원의 결말은 이미 예상된 부분으로 의사를 늘리면 '낙수효과'로 지역이나 필수의료가 살아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분석이다. 

    또 유력 정치인은 응급상황에서도 서울대병원만을 택했는데 지역 중증환자들에게 지역의료를 받으라고 종용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이재명 대표를 업무방해·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부산대병원, 서울대병원 이송과정에서 과도한 특혜가 적용됐고 이로 인해 국민 피해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임 회장은 "김영란법이 생겨도 국회의원들의 '진료 새치기'가 근절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진료를 한 없이 기다리다가 중증 환자는 죽어가는 상황이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미 지방의대에서는 서울로 보내달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의대증원과 지방의대 신설의 논리가 적용되기 어려운 분위기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모 지방의대 교수 역시 "빅5와 수도권 쏠림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번 사태로 통하지 않는 상황으로 이어졌다"이라며 "그간 쌓아온 의료전달체계 정립이 무너졌고 서울로 전원을 바라고 있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총파업 설문조사까지 진행하고 이를 빌미로 정부와의 협상을 추진 중이었으나, 의대증원을 요구하는 대국민 설문조사가 공개되는 등 반박할 근거가 밀린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이재명 대표의 부산대병원 패싱이 사회적 문제 번지며 의료계의 주장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 권력에 유리한 의료체계 '기계적 평등' 비판론도 

    우봉식 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서울대병원 전원 사건은 선진국에는 시스템이 있는데 우리는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일부 서울대의료관리학 교실 민주당 계열 학자들이 만든 표면적이고 기계적인 평등, 그리고 비밀스런 청탁이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는 사회주의 의료로 의료비가 공짜이지만 대기가 길고 병원 선택권이 제한된다. 

    돈과 권력이 있는 자들은 진료비를 막대하고 지불하고 이를 병원 운영과 의사 수입의 보상에 사용된다. 돈 있는 자들의 돈이 돈 없는 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체계가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셈이다.

    우 원장은 "이러한 구조를 부인하는 학자들을 중심으로 의사 수를 대폭 늘린다는 것은 국민들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일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민의료비 지출구조 및 결정요인에 대한 국제비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천 명당 의사 1명이 늘어날 경우 1인당 의료비는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정책처 건보재정전망 발표를 보아도 우리나라 건보재정은 매우 위태롭다. 예산정책처는 2024년 건보 재정수지가 당기적자로 빠지고 2028년에는 현재의 누적적립금 23조원을 소진(–5.6조)해 2032년에는 61.8조 적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심각한 건보재정 파탄이 예고된 상황에서 의사를 무한정 늘리겠다고 하면 건보재정은 국민연금보다 훨씬 앞서서 파탄을 맞게 되고 결국 건보료 폭탄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