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연임 포기 선언… 외부 후보 공모 접수 마감 직후20년만에 진행하는 개방형 사장 후보 공개 모집 취지도 퇴색결국 내부 출신 사장 후보의 경쟁 가능성 높아져
  • ▲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뉴데일리DB
    ▲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뉴데일리DB
    백복인 KT&G 사장이 결국 4연임을 포기하고 백기 투항했다. 그동안 임기 만료에 따른 연임 가능성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그가 사장 후보 공모 접수 마감에 임박해 연임 포기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미 3연임을 통해 KT&G에 장기간 대표이사를 맡았던 그가 사장 선임 절차 중간에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 사장 선임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면서 정면 돌파가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KT&G에 따르면 백 사장은 지난 9일 KT&G 이사회에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는 “KT&G의 ‘글로벌 톱 티어(Top-tier) 도약’과 변화를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며 “미래비전 달성과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한 차원 더 높은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분이 차기 사장으로 선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백 사장의 입장 표명은 차기 사장 선임 절차가 한창인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KT&G는 지난해 12월 28일 차기 사장 선임절차에 착수한 바 있다.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힐 예정이었다면 차기 사장 선임 절차 이전에 밝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KT&G는 공개모집을 통해 외부 사장후보 공모 접수를 진행한 바 있다. 공모 접수는 이날 오후 6시에 종료됐다. 이미 사내 사장 후보군에 올라 있던 백 사장이 외부 사장후보 접수 마감 직후에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장 선임 절차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현직 CEO가 사장 후보로 있는 상황에서 외부 인사가 사장 후보 공모에 응할 가능성은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장 후보 접수 마감 이후에 연임 포기에 나선 것부터가 일반적이지 않다”고 분석했다.

    KT&G가 20년만에 진행하는 개방형 사장 후보 공개 모집의 취지가 퇴색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백 사장의 선택은 최근 KT&G를 둘러싼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백 사장은 지난 2015년, 2021년 KT&G 및 계열사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외부 압박이 거세던 시기에도 연임을 성사시켰던 강직한 인물로 꼽힌다. 지난 2018년에는 국민연금과 기업은행의 반대에도 표대결로 연임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치 않다. 백 사장의 4연임 도전은 무엇보다 KT&G의 지분 6.31%를 보유한 3대주주 국민연금의 강도높은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았다.

    앞서 국민연금은 포스코와 KT의 수장 연임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포스코와 KT의 수장은 모두 연임에 실패했다. KT&G는 포스코, KT와 함께 주인 없는 ‘소유분산기업’으로 분류된다.

    백 사장 취임 이후 KT&G의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주가가 내리막이라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외국계 주주가 이전처럼 백 사장의 손을 들어줄지 장담 할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다.

    백 사장 연임을 반대하는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의 공세도 본격화되고 있다. FCP는 차기 사장 선임 절차에 대해 “말장난 밀실투표”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는 한편, ‘FCP 제보 센터’라는 익명 채팅방을 개설하기도 했다.

    결국 백 사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외부 공모 마감 이후에 밝힘으로서 KT&G의 차기 사장자리를 둔 경쟁은 KT&G 내부 출신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