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이사장 '도입 드라이브'… 22대 국회 통과는 불투명의료계 "의료계 스스로 해결이 현명… 진료 위축 우려" 방향성은 같지만 셈법다른 '보험자-공급자'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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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은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원인으로 이들이 토해낼 금액은 누적 3조원 이상의 막대한 금액이지만 환수는 쉽지 않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은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 확보를 통해 재정 누수를 막겠다고 수년째 강조하고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의료계 역시 사무장병원 근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권 오남용이 예상되는 특사경이 아닌 지역의사들을 기반으로 자율통제를 진행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지난 10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어 건보공단의 특사경 권한 부여와 관련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논의했지만 계속 심사로 결정됐다. 지난해 12월 14일 법사위에서도 동일한 결정이 난 바 있다.해당 개정안은 불법 개설된 사무장병원과 약국을 근절하기 위해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사무장병원·약국 불법개설 범죄에 한해 특별사법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건보공단 특사경이 법사위에서 불발된 주요 이유는 전문성을 갖고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실효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의료계의 반대가 거세다는 점도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로 거론됐다.연속적으로 계속심사가 결정된데다가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22대 국회에서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그러나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의 특사경 도입 의지가 크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법안 제정에 힘을 실을 것으로 관측된다. 건보재정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에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누수 금액은 발생하고 있다. 6년째 계류 중인 법안 통과가 절실한 것이다.정 이사장은 신년사에서 "국민이 납부한 소중한 보험료가 적절하게 쓰이도록 보험재정을 튼튼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한 특사경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국회입법조사처와 건보공단 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2023년 10월 말까지 적발돼 환수결정된 사무장병원 등은 총 1712개소이며 총 환수결정액은 3조4085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환수율은 6.79%(2314억원)에 불과하다.불법개설 또는 부당이득 환수 시점에 증여나 허위매매 등의 방법으로 재산을 은닉하는 각종 사해행위 및 위장폐업으로 실질적 환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의 수사가 평균 11개월이 걸린다.건보공단 측은 "특사경이 도입되면 3개월 만에 환수처분이 가능해 조기 압류 추진 등으로 추가적 재정누수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도 사무장병원 근절 의지… 공단 수사권 남용은 '트라우마'반면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과 관련 의료계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대한의사협회는 "건보공단은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자격관리, 보험료의 부과 및 징수, 보험급여의 관리와 지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라며 "의료기관을 단속하고 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대등해야 할 보험자와 공급자의 관계를 왜곡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실제 의료기관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의사가 갑질을 당하거나 목숨을 끊는 등의 사고가 발생한 바 있어 의료계 내부에선 트라우마가 존재한다. 여기에 경찰권까지 부여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의협은 "사무장병원 단속에는 압수수색이 필연적으로 동반되는데 이 과정에서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 영장주의가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결국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했다.이어 "건보공단 특사경이 아니어도 의료계의 사무장병원 근절 의지는 확고하다"며 "사무장병원 인지 여부를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것이 같은 지역의 의사들이므로 의료계 스스로 적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자율적인 규제를 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황규석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건보공단은 특사경을 통해 사무장병원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풀려면 의료계가 직접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그는 "의료기관 설립을 하기 전 필수절차로 의사회 주도로 교육을 실시하고 이를 이수해야만 자격을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지자체 승인 절차에도 참여해 소위 '바지사장'인지를 확인하도록 선제조치를 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있는 대책"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