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 금리인하 기대감에 '찬물'"금리인하 시 부동산 가격 상승 부작용 커"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뚝… "유가, 하마스 사태 등 대외리스크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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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질문에 "물가 경로 등을 봐야겠지만 사견으로는 적어도 6개월 이상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이어 "금통위 위원들도 현 시점에서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면서 상반기 중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다만, 이번 금통위 의결문에서 기준금리 관련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란 문구가 빠졌다는 점에서 향후 기준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이에 대해 이 총재는 "3.75%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가 이번에 변경한 이유는 작년 11월과 비교해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이 제한적이고, 중동 하마스 사태 등 대외불안 리스크도 완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결국 기준금리 관련 한은의 입장을 종합해 보면 "당장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이지만 향후 금리를 더 올리는 일도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져가는 가운데 한은이 이렇듯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3%대를 유지하는 등 잡히지 않고 있어서다.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해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 상황에선 금리 인하를 통해 기대되는 경기 부양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실제로 작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5개월 연속 3%를 웃돌았다. 전월(3.3%) 대비 0.1%p 하락하긴 했으나 둔화 속도가 더딘 편이다. 한은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6%로 아직 갈 길이 멀다.아울러 이 총재는 부동산 PF의 리스크 증대를 우려하면서도 태영건설 사태가 국내 경제의 시스템적 리스크로 커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이 총재는 "태영건설이 큰 부실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며 "태영 사례를 보면 PF 보증액이 타 건설사 대비 차별화되게 높은 수준이며, 중견 건설사이기에 더 주목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정부의 대처에 대해서도 "지난 1년간 200여개 PF 사업장 중 10% 정도는 대주단을 통해 정리되고 있었다"며 "고금리가 지속돼 사업 지속이 어려워지는 사업장은 계속 나오겠지만, 정부가 구조조정에 잘 나서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