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 금리인하 기대감에 '찬물'"금리인하 시 부동산 가격 상승 부작용 커"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뚝… "유가, 하마스 사태 등 대외리스크 완화"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국은행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질문에 "물가 경로 등을 봐야겠지만 사견으로는 적어도 6개월 이상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금통위 위원들도 현 시점에서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면서 상반기 중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이번 금통위 의결문에서 기준금리 관련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란 문구가 빠졌다는 점에서 향후 기준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3.75%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가 이번에 변경한 이유는 작년 11월과 비교해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이 제한적이고, 중동 하마스 사태 등 대외불안 리스크도 완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기준금리 관련 한은의 입장을 종합해 보면 "당장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이지만 향후 금리를 더 올리는 일도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져가는 가운데 한은이 이렇듯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3%대를 유지하는 등 잡히지 않고 있어서다.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해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 상황에선 금리 인하를 통해 기대되는 경기 부양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작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5개월 연속 3%를 웃돌았다. 전월(3.3%) 대비 0.1%p 하락하긴 했으나 둔화 속도가 더딘 편이다. 한은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6%로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울러 이 총재는 부동산 PF의 리스크 증대를 우려하면서도 태영건설 사태가 국내 경제의 시스템적 리스크로 커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태영건설이 큰 부실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며 "태영 사례를 보면 PF 보증액이 타 건설사 대비 차별화되게 높은 수준이며, 중견 건설사이기에 더 주목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대처에 대해서도 "지난 1년간 200여개 PF 사업장 중 10% 정도는 대주단을 통해 정리되고 있었다"며 "고금리가 지속돼 사업 지속이 어려워지는 사업장은 계속 나오겠지만, 정부가 구조조정에 잘 나서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