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현장서 필수항목으로 오인… 관련지침 부재 필요한 검사는 제도권 내에서… 리소좀 축적질환 선별검사 급여 환영안정적 변화 이끌려면 '유전상담사' 역할 부여 관건
  • ▲ 이정호 순천향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순천향대서울병원
    ▲ 이정호 순천향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순천향대서울병원
    "신생아 유전자검사는 속속 건강보험 진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비급여 영역에도 존재한다. 이를 규제할 마땅한 기준이 없다 보니 불필요한 검사를 마치 필수로 해야 할 검사인 듯 착각을 일으킨다."

    최근 본보와 만난 이정호 순천향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신생아 유전자검사가 의료현장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구체적 지침이 없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에서 출산 후 산모는 300개 이상질환, 1000개 이상질환 등 항목별로 구분해 검사를 받을지 여부를 체크하고 수십만원의 비용을 지불한다. 하지만 검사결과에 대한 상담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전문가의 분석이 중요한데 검사 결과지만 받는다. 검사를 진행한 기관에서 설명을 해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결국은 유전질환 대응이 가능한 병원으로 이동해 다시 상담을 받아야 하는 구조다. 

    이 교수는 "검사 자체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은 입증된 것이지만 가격 단가를 맞추기 위해 신뢰도가 떨어지는 구성도 존재한다. 증상도 없고 장애도 없고 기형도 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검사에 대한 불편함은 여전하다"고 했다. 

    이어 "각종 포탈이나 인터넷 카페에서 신생아검사에 대한 문의가 많고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 필요한 부분이 있겠지만 결과론적으로 산업적 요구에만 부합하는 방식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 리소좀 축적질환, 올해부터 건보 적용 

    이 교수는 유전성대사질환을 전문으로 보는 의사로 신생아 유전자검사의 제도권 진입을 위해 노력해왔다. 난립하는 검사에 대한 경종은 울리면서도 필요한 부분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신생아 선별검사(스크리닝)는 1985년부터 순천향대병원에서 최초로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이후 국가지원 대상 신생아검사로 확대됐다. 2018년 10월부터 탠덤매스 기술 등을 사용해 한 번에 50여 가지의 선천성대사질환에 대한 신생아 전수검사가 국가지원으로 시행되고 있다. 

    기존에는 유전성 대사질환과 내분비질환 등 대부분 장애나 증상이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환자를 발견했었는데 국가지원으로 전수검사가 시행되면서 신생아 시기부터 치료와 관리가 가능해졌다. 

    특히 올해는 리소좀 축적질환 선별검사의 대상 확대가 이뤄졌다. 

    리소좀축적병은 나이가 들수록 병세가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실제로 뮤코다당증 1형을 진단받은 남매의 사례를 보면, 5세부터 치료를 시작한 누나에게서는 다발성 골형성부전이 나타난 것에 반해 생후 5개월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 후 치료를 시작한 동생은 외모와 성장률은 물론 다발성 골형성부전에 있어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교수는 "빠른 진단과 치료는 이렇게 한 사람의 삶을 통째로 결정지을 수 있다. 선별검사 급여를 통해 신생아들이 적기에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변화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전제조건은 유전상담사 역할론

    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유전상담 서비스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난립하는 신생아 검사를 지양하되 필요한 영역을 강화하는 과정이 중요한 시점이며 이를 수행하기 위해선 전문가 육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 영역이 공란으로 남겨졌다. 

    이 교수는 “신생아 검사의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관건인 만큼 유전상담사를 인정하는 구조로 변화가 필요하다. 유전상담이 의료서비스로 제도권에 진입되지 않은 것은 여전히 한계 요인"이라고 했다. 

    지난 2015년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됐음에도 유전상담이 요구되는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대한의학유전학회 차원에서 수년째 ‘유전상담료 신설, 유전상담사 인정’ 등을 복지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외의 사례에서처럼 유전상담을 진행하는 유전상담사를 새로운 직군으로 만들어 임상현장에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전상담사는 의학, 유전학에 대한 전문지식뿐 아니라 상담심리 기술을 갖춰야 한다. 또 유전학 이론과 실습을 통한 가계도 분석과 질환 위험도 평가 등 실제 상담의 경험이 중요하다. 자질 습득에 필요한 최소 2년간의 대학원 석사교육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유전상담사의 역량을 키워야만 유전의료 관련 산업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직군이므로 조속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