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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은행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금지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지난 2019년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금융당국은 대규모 투자손실이 우려되자 서둘러 문제의 뿌리를 뽑아내려 하고 있다. 은행들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한데, 일단 불거진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조급증으로 읽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은행에서 ELS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질의하자 “ELS뿐 아니라 금융투자상품은 모두 위험하다”면서 “종합적으로 봐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당장 판매를 중단시키겠다기보단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었지만 은행권엔 긴장이 감돌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하나은행은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고, 다음 날인 30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열고 줄줄이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키로 결정했다.
ELS발 대형 손실 위기와 판매 중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소비자들은 2008년, 2015년, 2020년에 걸쳐 원금 손실 공포를 반복해서 경험했다.
특히 2019년 DLF 사태 때는 은행권의 파생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 했지만, 결국 ELS 신탁 판매 길을 열어뒀다. 은행들이 수익 저하를 우려하며 허용을 적극 요청했고 금융당국은 판매 원칙 강화 등을 조건부로 허용했다.
판매금지라는 극약 처방이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자 은행권은 자괴감마저 느끼고 있다.
은행의 본업인 예대마진을 두고 '이자 장사'라는 비판을 받은 데 이어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한 신탁 판매마저 위기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내에서는 “대출상담조차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에 대해 조언했다 나중에 민원을 받을까 걱정된다”면서 “차라리 고객들이 투자 책임을 지도록 온라인 판매만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불완전 판매는 엄격히 다뤄야 할 문제지만 ELS 상품 자체가 불법인 것처럼 취급되는 것은 곤란하다. 자본시장 위축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금융 소비자의 접근성 및 선택권 보장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당국에 순응하는 국내 금융회사뿐 아니라 해외 기업들의 시선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국내에 더 많이 진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신상품을 도입한다면 금융 산업의 혁신과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면서 국내 진입과 영업에 걸림돌이 되는 불합리한 규제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실이 날 때마다 손해 배상이나 판매금지 논란에 휘둘리는 환경이라면 글로벌 금융사들의 발길을 되돌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