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 콜옵션, 오는 6월 만기… 김상현 부회장 선택에 눈길중고거래 시장 성장했지만 흑자는 전무… 중고나라 위기도 지속오는 12월 한샘도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일 도래
  • ▲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겸 롯데유통군HQ 대표.ⓒ조현우 기자
    ▲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겸 롯데유통군HQ 대표.ⓒ조현우 기자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은 과연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를 품을까. 롯데쇼핑이 중고나라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 만기가 다가오면서 김 부회장의 M&A 전략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가장 관심사는 롯데쇼핑이 중고나라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할지 여부다. 이번 콜옵션의 행사여부는 올해 말 다가오는 한샘의 우선청약권·우선매수청구권 행사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오는 6월 중고나라를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의 만기가 도래한다. 

    롯데쇼핑은 지난 2021년 중고나라 인수를 위해 유진유니콘 사모투자합작사에 300억원을 투자하며 3년이 되는 날까지 중고나라 지분 69.88%를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설정한 바 있다. 콜옵션 만기까지 남은 기간은 약 4개월이다. 

    롯데쇼핑 측은 “오는 6월 중고나라 콜옵션 만기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행사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중고나라는 현재 선뜻 인수에 나서기 쉽지 않은 플랫폼으로 꼽힌다.

    롯데쇼핑이 투자할 2021년 당시는 신종 코로나비아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중고거래 시장이 각광 받던 때였지만 엔데믹이 찾아온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여전히 중고거래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수익을 내는 플랫폼은 전무하다. 

    무엇보다 거래액 기준 업계 1위로 꼽히는 중고나라의 적자 규모는 오히려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2022년 기준 중고나라는 매출 101억원에 영업손실 9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보다 16.7% 늘었지만 적자 규모는 8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역시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기대했던 롯데 유통망과의 시너지도 미약하다. 중고나라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중고 택배 거래 등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미 다른 편의점과의 서비스도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라 보기도 쉽지 않다.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성의 매력을 고려해도 삼키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있는 매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롯데쇼핑이 중고나라에 투자하던 당시 수장이 강희태 전 롯데쇼핑 부회장이었다는 점에서 현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체제가 기존 M&A 전략을 유지할지가 미지수다.

    김 부회장은 영국의 리테일업체 오카도와의 협력 등을 통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해왔지만 M&A에 있어선 신중한 전략을 취해 왔다. 그가 취임한 이후 진행된 M&A가 전무할 정도. 이는 그의 전임자 강 전 부회장이 적극적 M&A를 추진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방식이다. 

    이 때문에 롯데쇼핑의 중고나라 콜옵션 행사 여부는 향후 다른 M&A에 대한 김 부회장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되리라는 시각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한샘에 대한 M&A다.

    강 전 부회장은 2021년 중고나라 인수 이후에도 같은해 12월 가구 업계 1위 사업자인 한샘 인수에도 뛰어들었는데, 중고나라와 비슷한 기법이 쓰였다. 당시 롯데쇼핑은 한샘에 3000억원을 투자하면서 3년 경과 시점부터 남은 지분에 대한 우선청약권 및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한은 올해 12월에 도래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021년은 유통업계가 엔데믹에 대한 기대감으로 앞다퉈 M&A에 뛰어들던 시기”라면서 “기대와 달리 엔데믹 이후 찾아온 고물가, 저성장의 늪에서 유통업계는 당시 M&A의 청구서를 들고 고민이 깊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