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산에 60% 관세 적용 검토, 그 이상이 될 수도"韓, 대중 수출 여전히 1위… 지난달 20개월 만에 반등친환경 산업 폐기·평균 3→10% 보편적 기본관세 도입 언급전문가 "주요 대선후보 경제‧통상 공약 사전에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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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거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하면 꾸려질 2기 행정부에서 높은 관세정책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우리나라 수출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中에 60% 관세 부과... 무역 전쟁 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 시각)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선 시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60% 관세 적용을 검토 중이라는 워싱턴포스트 보도엔 "아니다, 아마 그 이상일 수 있다고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2018~2019년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중국도 미국에 대한 자체 관세로 반격, 미중 간 경제 전쟁으로 이어졌다.
당시 한국무역협회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자 미국의 중국 무역제재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수출이 최대 6.4%, 367억 달러(40조 원쯤) 감소한 것으로 보기도 했다.
이번에도 중국의 미국으로의 수출 물량이 줄어들 경우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큰 우리 기업에게 고스란히 충격이 전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은 1248억13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9.9% 감소했다.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2.8%포인트(p)에서 지난해 19.7%p로 하락했으나 여전히 1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올 들어 중국으로의 수출이 20개월 만에 반등한 상황에서 자칫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중 수출은 106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했다. 2022년 5월(1.3%)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
◇ 친환경 산업 폐기 등 바이든 정책 뒤집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중국의 관세 폭탄 예고와 함께 평균 3%대인 미국의 관세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미국의 주력 품목이었던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서도 보호무역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모든 종류의 자동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지길 바란다"며 관세 장벽을 높여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산업 정책 폐기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산업 정책을 뒤집는 것이다.
최근 무역협회가 발간한 공화당과 트럼프의 통상 분야 공약 주요 내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 등 녹색 보조금의 철회도 고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IRA 발효 후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한 우리 기업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전문가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에 대해 부정적인 관측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주현 산업연구원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전기차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면서 "이차전지 등과 관련한 추가 투자는 물론 기존의 투자 계획 집행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제현정 무역협회 워싱턴 지부장은 지난 6일 주요 시장별 수출확대 전략회의에서 "향후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미 대통령 및 상‧하원의원 선거 결과"라면서 "우리 기업은 주요 대선 후보의 경제‧통상 관련 공약을 사전에 살펴보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최근 열린 올해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미 대선 결과에 대해 내부적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대비하고 있다"며 "정책이 바뀌었을 때 기업이 얼마만큼 적응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여러 시나리오를 펼치고 기업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