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상위 5개사 작년 당기순익 2조4069억원부동산PF 충당금 '발목'…한투 바짝 따라붙은 NH·삼성證미래證,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로 실적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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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기자본 기준 빅5 증권사들의 실적은 뚜렷한 강자 없이 치열한 순위 싸움을 보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담금 이슈가 발목을 잡으며 부동의 선두권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실적이 쪼그라드는 사이 3, 4위권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약진하며 이를 거의 따라잡았다.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는 지난해 2조40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2조1684억원) 대비 10.9% 증가한 수치다.지난 2018년(1조8451억원)부터 2021년(5조1426억원)까지 꾸준히 증가했던 빅5 증권사 순이익 규모는 브로커리지, 기업금융(IB) 업황 둔화 등 영향으로 2022년부턴 실적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지난해 리테일 부문이 선방하는 가운데서도 증권사들의 실적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건 부동산 업황 악화 탓이다. 빅5 증권사들은 국내 부동산뿐만 아니라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도 반영해야 하는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 방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실제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6232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두며 여타 증권사들과의 실적 격차를 벌렸던 한국투자증권은 4분기 부동산 PF 충당금 및 평가손실 증가로 257억원의 적자를 시현했다. 지난해 한투증권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5974억원이다.한투증권은 지난해 빅5 증권사 중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유의미한 선두는 아니다. NH투자증권이 바짝 뒤를 쫓고 있어서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739억원으로 한투와의 격차는 200억원 남짓이다.지난 2022년 3분기 채권평가 손실 등으로 실적이 크게 위축됐던 NH투자증권은 기저효과와 브로커리지 호조 등에 힘입어 순익이 89% 급증했다. PF 관련 익스포저가 타 대형사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데다가 운용부문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보수적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운용손익 및 관련 이자수지가 큰 폭으로 개선된 덕분이다.삼성증권도 NH투자증권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5551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두며 NH투자증권을 따돌렸던 삼성증권은 4분기 부동산PF 충당금 설정 영향으로 72억원가량 적자를 보면서 지난해 5480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순위로는 세 번째지만 선두인 한국투자증권과 실적 격차는 500억원도 채 안 된다.과거 한투증권과 엎치락 뒤치락 선두싸움을 벌였던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불과 2980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둬들이며 빅5 증권사 중 꼴찌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58% 감소한 수준으로, 늘 5순위를 도맡았던 KB증권(3896억원)과의 격차도 적지 않다. 해외 부동산 투자 대규모 손실이 1년치 농사를 발목 잡은 탓이다.올해 역시도 국내 부동산 PF 리스크와 해외 부동산 부실 우려가 여전한 만큼 증권사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한국신용평가는 증권사 등의 부동산PF 충당금 설정률이 아직 전반적으로 미진하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PF 부실 정리 과정에서 업권 전반의 충당금 적립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김예일 수석연구원은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의 지난해 9월 말 부동산 PF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전반적으로 아직 미진하다"며 "부동산 PF의 양적·질적 위험이 높은 업체의 경우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인해 재무지표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다만 하반기 유력한 금리 하락 기조로 증권사들의 사업 환경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또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으로 증시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수수료 수익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1월 일평균 거래대금이 양호하게 출발했고, 2월초는 더 증가해 트레이딩 손익 역시 양호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부담은 여전히 증권사 실적의 잠재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