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금리 인하 기대감에 상승세…줄줄이 52주 신고가중소형 증권사 주가 변동 폭 미미…밸류업 훈풍 미반영 평가부동산 PF 및 해외부동산 우려 여전…실적 회복세 더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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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국내 증권주가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에 대한 기대감에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증권사 규모별로 밸류업 여력에서 차이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규모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밸류업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특히 여전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으로, 대형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여력 또한 적은 것으로 보인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증권 지수는 이달 들어 전일까지 8.2% 올랐다. 11개 상장 증권사로 구성된 해당 지수는 전체 KRX 지수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증권주가 상승한 배경엔 정부의 밸류업 정책 구체화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최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밸류업을 통한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을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밸류업 기업에 대한 법인세·배당소득세 감면과 상속세 완화 등 세제 혜택안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향후 주주환원 확대가 예상되는 증권사의 주가 상승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키움증권은 지난 5월 상장사 중 처음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바 있다. 회사는 향후 3년 동안 주주환원율 30% 이상,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 주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기준 금리 인하로 증시 거래대금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과 금리 인하 시기가 다가오며 거래대금 및 증권사 트레이딩 손익의 양호한 흐름이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 및 주가 회복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고 있다. 부동산 PF 환경 저하로 훼손된 수익창출력이 대형사 대비 상대적으로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신용평가사들은 자기자본 3조 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SK증권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강등했다. 나신평은 다올투자증권의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으며, 한신평은 케이프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특히 부동산 PF 및 해외 부동산펀드 관련 불확실성이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에 여전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금융 사업을 통해 급히 성장시켰지만, 시장이 급격한 침체에 빠지면서 신규 딜이 줄고 리스크 부담만 떠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한 달간 주가가 2.4%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SK증권 또한 0.9%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다른 증권사들의 주가가 밸류업 훈풍에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반면 부동산 PF 리스크가 비교적 덜한 대형 증권사의 경우 올 2분기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컨센서스가 제시된 5개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키움)의 경우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개선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윤재성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 개편으로 자산건전성의 추가 저하 가능성 및 대손비용 증가 위험이 존재한다"라며 "PF 사업성 재평가를 통해 상각·매각 등 신속한 처분을 유도하고 있지만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단기간 내 해소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연구원은 이어 "증권사 규모별로 실적 개선 수준의 차별화가 나타났다"라며 "중소형사의 경우 브릿지론 등 고위험 부동산 PF 익스포저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여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