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관리 비상첫 달부터 연간 목표 5분의 1 채워인뱅 공세에… 은행권, 가산금리 인상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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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첫 달부터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과 저금리 경쟁을 벌이던 시중은행들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대출 갈아타기 경쟁을 하려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선 인상이 불가피한 탓이다. 때문에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최근 두 달 연속 낮아졌음에도 주담대 가산금리의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 저금리 경쟁에 은행권 주담대 큰 폭 증가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314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말(692조4090억원)과 비교해 0.4% 증가했다. 

    가계대출을 경상성장률 범위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당국의 방침에 따라 이들 5대 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2%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한 상태다. 첫 달부터 관리 목표의 5분의 1가량이 채워진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지난달 9일 시작된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환대출 자체는 한도가 기존 대출의 잔여금액으로 제한된 상태라 가계대출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크게 주진 않지만 은행 간 금리인하 경쟁에 불을 지펴 신규 대출 수요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은행권은 인터넷은행의 저금리 공세에 맞서 지난 달 신규 주담대 상품의 금리를 0.4∼1.4%p 낮췄다.

    여기에 시장금리 하락 영향으로 앞으로 주담대 금리가 더 낮아질 경우 ‘영끌’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전월 대비 0.18%p 하락한 3.66%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코픽스를 준거금리로 활용하는 은행의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도 같은 달 16일부터 인하됐다.

    ◇ 갈아타기 경쟁이냐, 가계부채 관리냐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비상이 걸리면서 국민은행은 발 빠르게 선제조치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이달 들어 일부 주담대 상품의 가산금리를 0.23%p 상향 조정했다.

    가산금리란 은행들이 대출상품 금리를 산정할 때 자율적으로 덧붙이는 금리로 업무 원가·목표이익률 등을 반영한 일종의 마진이다. 

    은행들이 연초 영업전을 벌이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문턱을 높이는 일은 자주 있어 왔지만, 올해는 그 시기가 대폭 앞당겨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른 은행들은 아직 가산금리에 손을 대지 않고 있지만, 이달 26일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이후 주담대 수요 추이에 따라 금리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이용 기간 중 금리가 올라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현재 수준보다 높은 금리로 빚 갚을 능력을 따져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초에는 스트레스DSR 시행 전 막차타기를 하려는 수요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행 이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