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빈 전문기자의 심층진단]의료대란 시작 '수술·입원·외래'까지 중단 전공의 공백 1~2주면 '의료 붕괴' 불가피응급실·소아과 차원서 근본적 논의체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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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진 기자
    [편집자주] 의대증원을 둔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선을 넘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상황에서 한쪽이 패배를 선언해야 사태가 종결될 것으로 보이는데 타 분야와 달리 환자의 생명이 달려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의료대란이 시작된 가운데 피해를 최소화하고 조율점을 찾을 방법은 없을까.

    20일 빅5병원을 포함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났다. 이 공백을 채우는 형태로 의료체계가 가동되고 있으나 붕괴 직전까지 버틸 여력은 길어봐야 1~2주 남짓이다. 지금도 수술과 입원은 물론 외래진료까지 밀리는 상황이다.

    치킨게임의 결과는 명확하다. 사상자가 나올 것이고 공분이 확산할 것이다. 고소득 의사 집단과 그렇지 않은 일반인이라는 프레임이 인식에 뿌리박히는 순간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된다. 가장 중요한 의사와 환자 사이 라포(심리적 신뢰관계)가 깨지게 된다.

    시급한 문제는 대치 국면을 풀고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더 이상 환자를 볼모로 잡은 최악의 사태가 이어지지 않도록 중재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특히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다시 복귀하는 과정을 위해 법적 조치를 풀어야 한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소속 교육수련부장은 "전공의들이 마지막 카드로 써야 할 집단 사직서 제출을 낸 것으로 출구전략이 없다는 점이 굉장히 우려스럽다"며 "의료대란을 계속 지켜볼 수만은 없기에 정부의 강경 대응을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교육수련부장 역시 "가운을 벗은 전공의들의 심정이 이해는 가지만 추후 어떤 사법조치가 생길지가 두려운 지점"이라며 "지금이라도 전향적 방향으로 틀어 전공의들의 복귀가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 필수의료 '10조+α' 구체화… 취약 요인 점검부터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선 전공의 복귀의 명분을 주는 방법을 찾아야 함과 동시에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 채널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본보가 질의한 다수의 의사들은 의대 증원의 '원점 재검토'를 강조하면서도 우선 대화를 위해 "경찰이 깔린 병원의 상황과 연일 면허취소 등 사법적 처분을 예고한 정부의 태도를 바꾸고 필수, 지역의료의 해법부터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10조+α의 재정을 투입해 필수의료를 살린다는 방법 자체를 믿지 못하는 것"이라며 "초고령사회에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막대한 건보료 폭탄이 예상되는데 이를 숨기고 있다"며 세부적 방안을 논의하자고 했다. 

    우선 의료대란이 이어질 경우, 사망 등 직접적 환자 피해가 예상되는 응급실 분야의 의견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사의사회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전날 소방청장이 발표한 '중증·응급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대형병원으로, 경증·비응급환자는 지역 응급의료기관이나 인근 병·의원으로 이송한다'는 방침이 애초에 의사가 원했던 응급실 가동의 원칙이자 요구였다"고 했다. 

    그는 "경증환자도 붐비는 대형병원 과밀화 문제가 중증환자를 돌보지 못하는 원인이며 이를 방어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며 "이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한 수가체계나 제도 개선이 부족한 상태에서 곧바로 증원으로 이어지니 반발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이 부분은 협상할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같이 연구하고 논의해서 합리적 방안을 찾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단순히 10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투입돼 어떤 개혁이 이뤄질지에 대해 본질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래 의사가 보이지 않는 소아청소년과 문제도 집중적으로 다뤄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과 과장은 "상황은 복잡한데 한 번에 해결하려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의대생을 늘려도 전문의를 확보하려면 10여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지금 지방 소아과의 열악한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차피 수가 돌려막기로 이어질 10조원 투입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소아과 문제는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 중기, 장기적 대책을 설정하고 과제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포함한 익명의 의사들은 "법적 조치 등 강대강 대치를 풀고 대화 채널을 조속히 열어 담판을 짓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통로로 대한병원협회가 긴급히 꾸린 '의료현안 상황대응위원회'가 그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신응진 병원협회 상황대응위원장(순천향대학교 중앙의료원 특임원장)은 "병원은 환자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필수의료 유지에 집중하겠으나 지금 가장 시급한 부분은 소통의 창구일 것"이라며 "그 중재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