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지역의료 배치 강제할 방안 없어… 유일 대책은 규모를 늘리는 것의료대란 방어할 비상체계 가동 중요… 당분간 감내해야전공의 집단사직은 '사다리 걷어차기' 지적 소수·기득권 구조 바꿔 초고령사회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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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의대증원을 못하면 의료개혁은 없다. 국민들은 당분간 비상진료체계에서 잘 버텨주시길 바라며 정부는 국민적 요구를 엄중하게 인식해 타협 없이 직행해야 한다."22일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前 한국보건행정학회장)는 본보를 통해 "의대증원을 시대적 사명으로 여기고 파열음이 있어도 의료계에 밀리지 말고 나가야 한다. 이번에는 대국민 여론이 힘을 보탰고 적법한 절차를 거쳤으니 문제될 부분이 없다"고 주장했다.그는 지난 2006년 이후 의대정원이 3058명으로 동결되자 지속적으로 증원을 요구했다. 의대증원은 그의 학자적 양심이자 자존심이며 일말의 정치적 셈법이 없다.정 교수는 "OECD 통계를 비롯한 각종 연구의 수치를 꺼내지 않더라도 필수, 지역의료의 붕괴와 의사 수 부족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문제는 의사가 늘어나도 해당 분야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강제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결국 의사 수 자체를 일정 규모로 늘려야만 이들 중 일부가 필수, 지역의료로 유입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낙수효과를 말한다. 때문에 정부가 꺼낸 2000명 이하로 타협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그는 "안타깝지만 의료대란 사태는 국민들도 같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며 "이미 의료계의 단체행동은 예고된 상황이었고 이를 대비한 비상체계가 발동되고 있으므로 당분간 어렵더라도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의사 수 부족 탓에 고연봉 유지→ 의료비 상승의사 수 부족이 지속된 탓에 의료비가 늘어나게 됐다는 주장은 그를 대표하는 연구 중 하나다.정 교수에 따르면, 국민의료비 규모는 2030년 400조원을 넘어 GDP의 16%에 달하게 된다. 건보 급여비는 2022년 82조원에서 2030년 152조원으로 급증한다. 이러한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바로 '동결된 의대정원'에 있다고 분석했다.의사 수 부족은 '의사 모시기' 경쟁으로 이어지고 고용계약 단가가 상승했다. 고연봉을 맞추기 위해 일반기업과 달리 일선 봉직의사들에겐 '네트제'가 적용된다. 이는 실수령액을 미리 확정 짓고 근로자가 납부해야 하는 각종 사회보험료 및 세금을 병원장이 부담하는 임금체계다.이러한 문제는 병원경영의 압박으로 작용해 의료비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행법상 불법인 PA(진료보조) 간호사가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구조, 타 직역의 인건비를 눌러 질적 저하까지 발생하는 것이 국내의료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의사가 늘어나도 의료비가 늘어날 수 있겠지만 이는 인력 확충에 따라 의료서비스를 받는 가용성 효과를 기반으로 하기에 사회 전체의 이익이 더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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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의 집단사직은 '사다리 걷어차기'… 면허 독점도 손질전공의 집단사직 등 행보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정 교수는 "의료계가 반발하는 이유, 특히 전공의들의 집단적 행위는 강을 건너고 다리는 부수는 '과하탁교(過河坼橋)'이자 다른 사람이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사다리 걷어차기'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이는 기득권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특히 "의사들은 소수이며 생명을 다루는 직업적 특수성을 무기로 이기적 판단을 하고 있으며 국민을 볼모로 정부 정책 위에 설 수 있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라며 "이번에는 2000명 증원을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장기적으로 의대증원과 함께 '면허 독점' 문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했다.그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커뮤니티케어, 재택의료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다양한 의료, 간호, 요양,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데 의사의 지시에 의해서만 의료행위가 허용되는 기존의 체계로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일본의 경우는 간호사의 역할 확대 방안으로 '특정 간호사'를 간호법에 명시했다. 국내로 치면 PA와 비슷한 업무범위를 갖고 있는데 법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정 교수는 "일례로 정맥주사 등 기본적 행위에 대해서는 간호사 권한으로 풀어주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