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션 USA, '우리는 탐험가들' 슬로건 내걸고 리브랜딩 단행'현대차 인하우스' 그 이상이라는 존재감 알리고 시장서 차별화 하기 위한 전략지난해 이노션 내부거래 비중 약 72%, 계열 의존도 현상은 심화
  • ▲ ©이노션 USA
    ▲ ©이노션 USA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이노션(Innocean)의 미국법인인 이노션 USA가 현대차의 인하우스 에이전시 이미지에서 탈피해 차별화된 에이전시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리브랜딩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이노션=현대차 전담 에이전시'라는 세간의 인식을 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노션 USA는 최근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심해를 탐험하는 잠수부의 이미지와 함께 'We are Explorers(우리는 탐험가들)'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공개하고 앞으로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노션 USA는 "이노션은 14년 전 '혁신의 바다(Ocean of Innovation)'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설립됐다. 이제, 우리의 정체성과 우리의 신념을 보여 줄 새로운 챕터를 공개하고자 한다"며 "우리는 탐험가들이다. 더 멀리 갈수록, 더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우리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앞으로 이노션의 탐험가 정신을 지탱해 줄 첫번째 핵심 포인트로 'Make things that make noise(화제를 일으킬 것들을 만들라)'를 내세우고, "가장 효과적인 미디어는 비용을 지출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 의해 공유되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이거 봤어?'라고 말할 수 있는 끝내주는 것들을 창조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리브랜딩은 이노션 USA가 현대차의 인하우스 에이전시 그 이상의 존재라는 점을 시장에 알리고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해 메타 리얼리티 랩스(Meta Reality Labs)에서 이노션 USA에 합류한 제이슨 스펄링(Jason Sperling)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의 주도하에 진행됐다.

    스펄링 CCO는 "만약 다양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다양한 직원들에게 '우리가 누구인지, 다른 누군가와 차별화해주는 우리만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모두 다른 대답을 내놓을 것"이라며 "(리브랜딩은) 우리가 하는 일을 통일된 가치 아래 하나로 묶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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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노션 USA가 내세운 '탐험가'는, 급변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새로운 미래를 찾아나서는 정신을 의미한다. 

    스펄링 CCO는 "모든 고객들은 항상 다음이 무엇인지를 찾는다. 혁신적, 시장적 측면에서 다음이 무엇인지, AI가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새로운 고객들을 좇을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한다"며 "우리의 미션은 다음이 무엇일지, 그것이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꿀지를 밝혀내고자 하는 고객들의 미션과 궤를 같이한다"고 전했다. 그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TBWA╲Chiat╲Day'의 핵심 테마인 'disruption(창조적 파괴)'과 브랜드를 대표하는 이미지인 해적(pirates)을 강력한 포지셔닝의 예로 들며, 이를 본보기 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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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노션은 현재 전 세계 33개 해외 법인과 3300명 이상의 직원을 둔 글로벌 네트워크로 성장했지만, 아직까지도 현대차와 기아 등 계열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실정이다.

    지난 2023년 이노션의 내부거래 비중은 매출총이익 기준 약 72%로, 10년 전인 2013년 약 34%에서 점차 늘더니 2020년 들어 70%대로 급증했다. 이노션의 해외 매출 비중은 70% 중반대를 넘어서지만, 이 또한 대부분이 현대차와 기아의 해외법인에서 발생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노션의 실적은 매년 모기업인 현대차그룹의 신차 광고 물량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이노션은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춘 전문 에이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인수·합병(M&A)과 신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노션은 규모 면에서 제일기획과 함께 국내 광고 업계 빅(big)2로 꼽히지만, 자회사 물량을 제외한 독립 에이전시로서의 시장 가치와 매력도도 과연 빅2인지는 의문"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의 생존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빅 에이전시 시대는 금세 저물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현대차 인하우스 에이전시' 이미지를 넘어 더 많은 광고주를 영입하기 위해 더 깊은 심해로의 '탐험'을 선언한 이노션 USA가 세계 최대 광고 시장인 미국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노션 USA는 지난 2008년 미국 내 현대차의 크리에이티브 업무 대행을 맡은 이후로, 현대차의 인하우스 에이전시라는 이미지를 넘어서기 위해 수년 간 고군분투해오고 있다. 현재 현대차, 제네시스, 기아 외에도 한국타이어, LG, 진로소주, 대한항공, 넥슨(Nexon) 등 한국 브랜드들을 비롯해 비엔나슈니첼(Wienerschnitzel), 퍼시픽 라이프 보험(Pacific Life Insurance), 씨월드(Sea World), 맨스케이프드(Manscaped), 테일러메이드(TaylorMade)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번 리브랜딩은 이노션 USA와 이노션 캐나다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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