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LIG넥스원 31%·한화에어로스페이스 30% 급등지정학 갈등 속 방산기업 깜짝 실적에 추가 수주 기대감논의 '지지부진' 수은법 국회 통과 가시권
  • ▲ K9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K9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편집자주] '왜오르株?(왜내리株?)'에서는 주식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핫(HOT)한 종목을 다룹니다. 주식은 둘 중 하나죠. 오르거나 내립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관심 있는 종목의 오르고 내리는 이유를 찾기 마련인데요, 간혹 해당 종목이 왜 오르는지 혹은 왜 내리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를 모르고 투자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앞으로 해당 기사를 통해 상승·하락하는 종목들의 이유와 이에 대한 시장의 정확한 해석, 향후 전망까지 톺아봅니다. 

    지난해 가파르게 올랐던 방산주가 1년여 만에 다시 날개짓을 하고 있습니다. 

    시장 수급이 밸류업 수혜주를 중심으로 들썩인 이달 국내 증시에서 대표 방산주인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각 30.5%, 29.7%씩 올랐는데요. 

    지난해 1월만 해도 7만대 중반에서 움직이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1년여 만에 140%가량 급등해 지난 27일 종가 기준 17만91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고, LIG넥스원도 같은 기간 80% 가까이 상승한 13만원대 거래되고 있습니다.  

    가끔씩 주가가 오르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테마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방산주의 강세는 그야말로 '이유 있는' 상승입니다.

    우선 실적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갈등 속에 국내 방산기업들이 깜짝 실적을 거두고 있는데요.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각국이 지출한 국방비는 약 2943조6000억원 규모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향 K9 자주포와 천무 납품 등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이 86% 상승한 7017억원을 시현했습니다. 역대 최고 실적이자 시장 컨센서스를 6.7% 상회한 어닝서프라이즈였죠.

    방산기업들은 연초부터 수주 잭팟을 터뜨리면서 올해 실적 기대감도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지만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와 약 4조2800억원 규모 한국형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천궁-Ⅱ 계약을 체결한 데 이은 대규모 계약으로 주목받는 것이죠.

    지난해 말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올해 유망 투자처로 한국 방산주를 콕 집었을 정도입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은 세계 최대 무기 공급국 가운데 하나"라면서 "전 세계 군수 시장에서 한국 방산주가 차지하는 강력한 입지를 감안할 때 방산주는 지정학적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좋은 투자처"라고 소개했습니다. 

    국내 증권사들도 K-방산기업들의 실적 성장세 지속 가능성을 점치며 일제히 목표가를 높이는 추세입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2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목표 주가를 15만5000원에서 22만원으로 42%나 상향 조정했습니다. 깜짝 실적에 더해 올 상반기 루마니아 K9 자주포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향 천궁Ⅱ 수출 수주에 따라 실적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LIG넥스원도 마찬가집니다. 이달 이 회사 리포트를 낸 16개증권사 중 7개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올려잡았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14만5000원에서 16만원으로, 다올투자증권은 16만원에서 18만원으로 주가 눈높이를 높였습니다.

    여기에 그간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방산기업들의 운신의 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수은법 개정안은 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현행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요.

    방위산업의 경우 대규모·장기 자금이 필요한 만큼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넘는 프로젝트 기간에 자금 미스매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금융지원장치를 가져와야 고객도 계약서에 최종 사인을 해줍니다. 

    수은의 신용공여 한도는 국내 방산업체들이 2022년 30조원 규모의 폴란드 수출계약을 따낸 이후 1차 계약(17조원)을 맺는 과정에서 이미 소진된 상황이라 법개정이 필요하죠. 여야 간 정쟁에 밀려 지지부진했던 개정안이 지난 23일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입니다.

    실적에 더해 그간 추가 수주 가능성을 발목잡았던 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당분간 방산주의 상승은 탄력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방산 기업들의 해외 수주 잔고 증가세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수출 성장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우수한 무기 체계 제조 역량, 우리나라가 다양한 국가와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형성했다는 점, 해외 시장에서 활발하게 수출 레퍼런스와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