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에 2072년 생산가능인구 2022년比 '반토막'정부, 18년간 저출산 대책 투입 비용만 약 380兆"저출산 관련예산 실제 가족지원에 사용됐는지 따져봐야"'인구구조 축소' 맞춘 정책 패러다임 변화 나와야"일·가정양립 개선하고 지역소멸·고령화 대응 병행해야"
-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까지 추락했다. 지난 2018년 0.98로 심리적 마지노선(1.0명)이 붕괴한 지 6년 만인 올해는 연간 합계출산율도 0.7명대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인구 감소 대책으로 18년간 380조 원의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었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된 셈이다. 이에 뉴데일리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와 학령인구 감소, 경제활동 위축, 국민연금 기금 고갈과 그에 따른 미래 세대의 부담 증가, 의료·주거 문제 등 인구 절벽 사태를 헤쳐 나가기 위해 시급히 준비해야 할 사안들에 대해 긴급 진단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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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경제위축 우려가 나온다. 인구절벽에 따른 '슈링코노믹스(축소경제)'에 대비한 정책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3일 통계청의 '2023년 12월 및 4분기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출생아 수는 5만261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05명 감소했다. 지난해 인구 자연증가(출생아에서 사망자를 뺀 값)는 마이너스(-) 12만2700명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한민국은 지난 2020년 이후 사망자가 출생아 수를 웃도는 '데드크로스'를 이어가고 있다.지난해 한 여성이 가임기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0.78명보다 0.06명 더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8년째 내림세를 기록 중이다.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도 채 되지 않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고 역대 최초다. 정부는 올해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도 하락세일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통계청이 추산한 올해 합계출산율은 0.68명이다.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약 50년 뒤 우리나라 인구는 3000만 명대로 쪼그라든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을 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2년 5167만 명에서 2072년 3622만 명으로 약 30% 감소한다.이 추계대로면 2022년 3674만3000명 수준인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50년 뒤인 2072년 1657만5000명으로 줄어든다. 실질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결국 경제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관측이 나온다.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노동력 부족 문제가 현실로 진행됐다는 얘기"라며 "미래 노동 여건 개선과 관련해 유휴인력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현재 육아휴직과 같은 정책이 경력단절·승진경쟁이탈 등으로 현장에서 잘 먹히지 않는 부분도 있다"며 "제도와 현장이 어긋나고 있는 지점까지 정부 논의가 확대돼야 시늉만 했다는 비판을 듣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이미 자연감소가 시작된 우리나라는 슈링코노믹스의 덫에 빠질 위험이 존재한다. 인구감소로 지역경제가 추락하고 이로 인한 거주민 이탈로 다시 인구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지역시민단체 좋은정치시민넷이 통계청의 '2023년 말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전국 자치단체 소멸위험 지수를 분석한 결과 17개 시·도의 경우 35.3%에 달하는 6곳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228개 시·군·구 중에서는 53.1%에 해당하는 121곳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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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5년마다 범국가적 중장기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출산율 감소를 막지 못하는 상황이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시행되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돌봄과 교육 △일·가정 양립 △주거 지원 △양육비용 지원 △난임·건강 등을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이다.국회예산정책처 등에 의하면 정부는 2006년부터 18년간 저출산 대응에 약 380조 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출산 지표 악화가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해 11월 연례협의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헤럴드 핑거 IMF 미션단장은 "인구감소 현상 극복을 위해 산업군 혁신을 촉진하고 노동 시장 유연성을 높이며 성별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과 관련된 예산이 실제 가족지원에 사용됐는지 따져보면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우리나라 아동수당이나 육아휴직 관련 비용은 OECD와 비교했을 때 3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육아휴직의 경우 고용보험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기본적으로 일정 조건을 충족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며 "조세를 끌어오는 등 좀 더 보편복지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그러면서 "저출산 관련 예산은 가족지원예산과 중노년층 활성화 예산 등 두 축"이라며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축소된 인구구조에 맞게 적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을 맡고 있는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축소사회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홍 교수는 "투트랙(Two-Track)으로 기본 정책 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일·가정 양립, 돌봄 등 여건을 지금보다 개선하고 지역소멸과 고령화 등 축소사회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고 짚었다.이어 "이 과정에서 아이가 더 태어나면 좋겠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관련 대응은 미래세대를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사회적·경제적 환경"이라고 했다.홍 교수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에 이같은 내용이 담길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그는 "기본법이 제정됐을 당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다뤄야 하는 정책은 크게 저출산과 고령사회 대응 두 가지뿐이었다"며 "현행법을 인구정책기본법으로 개정해 정책 방향 범위를 축소사회 대응까지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그러면서 "지난해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정판을 준비 중이고 올 상반기 즈음 공개할 예정"이라며 "수정된 계획에는 축소사회 적응에 관한 내용도 담길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