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수요조사 '3000명' 훌쩍 넘겨… 대치 국면 '악화일로' 대학 측 결정에 반발… 공개 사직·삭발식 진행 생사 오가는 환자는 두려움 증폭…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
  • ▲ ⓒ강원대의대 교수진 제공
    ▲ ⓒ강원대의대 교수진 제공
    전국 40개 대학에서 의대증원 규모를 당초 정부가 결정한 2000명을 훨씬 웃도는 3401명으로 신청한 가운데 일선 의대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공의 공백 속 환자들을 돌봐줄 마지막 보루였던 교수들도 병원을 떠나는 것이 아닌지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5일 강원대 의대 류세민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과 유윤종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부학·원장은 대학 측의 증원 규모 결정을 비판하며 삭발식을 열었다. 

    이날 이승준 강원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난주 진행한 교수 회의에서 77%가 의대 증원 신청을 거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과 김정은 서울의대 학장의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과 의대 측이 소속 교수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교육부에 의대 증원 숫자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공개 사직을 예고한 교수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배대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배대환 교수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부의 근거도 없는 무분별한 의대 2000명 증원은 의료시스템 붕괴를 가속화 할 것"이라며 "전공의들이 사직하는데 면허정지 처분을 하는 정부의 행태나 현 정원의 5.1배를 써낸 총장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의료는 절대 혼자만의 힘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며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다시 들어올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직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윤우성 경북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도 "선배 의사로서 전공의들의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하고 뒤에 숨어 반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어떻게든 잘 해결되길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밋빛 미래도 없지만 좋아서 들어온 외과 전공의들이 낙담하고 포기하고 있고, 우는 아이한테 뺨 때리는 격으로 정부는 협박만 하고 있다"며 "의료현실에 책임져야 할 정부, 기성세대 의사들이 욕먹어야 할 것을 전공의가 다 짊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교수직을 그만 두기로 했다. 

    ◆ 집단사직 여파에 교수까지… 두려움 휩싸인 환자들   

    의대 교수들까지 강경한 모습으로 전환되자 환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생사를 오가는 중증 환자들은 현재 남아있는 의료진, 특히 교수진에게 의존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들 역시 병원을 떠나면 치료를 받을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지금도 진료·수술 지연 등 현장에 남아있는 의료진의 피로는 가중되고 환자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응급실을 방문도 어려워 장기간 대기의 연속으로 불안감이 커진다. 

    이날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의료 공백 속에 중증 질환자들은 긴장과 고통 속에 피가 마르고 있다"며 "질병의 고통과 통증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며 죽지 못해 겨우 겨우 연명하며 버티고 있다"고 호소문을 냈다. 

    의료계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며 내팽개쳐진 중증 환자들은 죽음을 염두에 둔 극도의 스트레스에 쌓여있다. 
     
    김성주 연합회 대표는 "국민의 생명만은 어느 순간에도 정치적으로도, 어느 잘난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도 이용되서는 안 된다"며 "무엇이 의사의 사회적 책무이고 직업적 윤리인지 분명히 생각하길 바란다"고 했다. 

    특히 암 환자들의 고통이 심화하고 있다. 4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이 2%대에 머물러있는 췌장암 환자의 두려움은 극에 달한 상태다. 

    변인영 한국췌장암환우회 대표는 "독약을 주입하는 항암을 견뎌 겨우 얻은 수술 기회를 응급이 아니라며 취소 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저희는 죽음으로 한걸음 걸어들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