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도 모든 방법 찾아 대응할 것" 강대강 대치 속 이어졌던 환자의 호소 '묵살' 비판 전공의 행정처분·의대증원 절차에 교수도 사직·단체행동 돌입
  • ▲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 ⓒ한국중증질환연합회
    ▲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환자들은 살려달라고 연일 애원했다. 정부는 집단이탈에 대한 행정처분 등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며 복귀를 요청했고 이를 포기한 것은 전공의들이다. 그런데 무엇이 억울해서 의대 교수들까지 환자를 버리려 하는가. 결국 환자는 개돼지에 불과했던 것이냐."

    6일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본보를 통해 그간을 설움을 한꺼번에 털어놨다. 전공의 공백에 따른 의료대란으로 매일 수많은 암환자들의 민원을 받는 상황에서 전임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자 분개했다.
     
    각 지역 필수의료의 축이었던 교수들이 대학 본부의 의대증원 신청과 전공의 행정처분 절차에 반발하며 사직을 결정한다는 소식에 중증질환자들은 큰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면 남은 건 죽음뿐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의사들의 밥그릇 챙기기와 직역 이기주의가 이렇게까지 심각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며 "집단사직은 전공의 각자의 결정이라면서 옹호하다가 스스로 행정처분을 받겠다는데 왜 개입해서 분노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전날 밤 또는 꼭두새벽에 출발해 하루를 버리고 고작 3분 진료를 받으러 온 중증 환자들의 삶은 내팽개쳐도 되는 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와 정책이 불만이니 이제 그냥 죽으라는 심보"라며 눈시울 붉혔다. 

    의사의 직업 선택의 자유는 헌법으로 보장되는 권리이지만 정부는 공공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의사들의 직업 행사에 일정한 제한을 둘 수 있다. 집단 사직서 제출과 병원 이탈은 의료체계의 붕괴를 의미하기에 공권력이 개입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회장은 "이제 환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방법을 취할 것"이라며 "전국 각지에서 들어오는 의료 피해 민원을 모아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지원센터에 접수하는 것은 물론 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먼저 국민청원을 비롯해 각종 민원을 제기하고 의료공백에 따라 환자가 죽음의 문턱에 놓인 상황을 국제사회와 기구에 호소하고 도와달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 "돌아오라" 요청 묵살… 'OECD 수준 의료' 하겠다며 압박

    당초 여러 환자단체는 시민단체와 함께 의대증원을 찬성했었다. 지역, 필수의료의 보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의료대란이 시작되고 실질적 환자 피해가 발생하자 의대증원에 대한 언급은 멈췄다. 

    대신 지난 보름간 "환자들에게 돌아와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호소는 들리지 않았고 결국 분노로 전이된 모양새다. 

    김성주 회장은 "환자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됐고 묵살됐다"며 "온라인에서 의사들이 환자를 개돼지로 표현한다는 말은 들려도 일부의 문제로만 치부했었는데, 작금의 상황을 보니 의사는 환자를 개돼지로 판단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최근 암 환자들이 진료 현장에서 'OECD 수준의 의료'를 해주겠다는 의사들의 발언이 나온다고 제보했다. 외국에서는 전문의를 쉽게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고 입원도 쉽지 않으니 이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항암과정에서 또는 말기 상황에서 적극적 대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정부에 불만이 있어도 그걸 중증 환자에게 티를 내고 압박하는 것이 정당한 행위라고 보느냐"며 "의사-환자의 라포(신뢰)는 없어진 지 오래지만 지금은 그 수준을 넘어 생사의 영역에서 불안감이 가중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 역시 의료대란 장기화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을 명확히 인지하고 법적 대응에 올인하긴보단  환자를 살리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매일 의료 현황을 점검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전날 정부에 따르면 전국 40곳의 대학에서 2025학년도 의대정원을 정부가 꺼낸 2000명을 훌쩍 넘은 340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 

    이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은 삭발식과 공개 사직 등을 이어가고 있다. 또 단체로 대학에서의 강의만 하고 병원을 떠나려는 의지도 드러내고 있다.

    일례로 서울대병원 교수 일부는 병원장과 의대학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사퇴하지 않으면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울산대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교수 77.5%가 겸직 해제 또는 사직서 제출에 찬성했다는 내용의 설문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