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던 미분양 '재조명'…건설업계 '숨통' 대구 미분양물량 11개월연속 하락세 유지분양가상승 압박…주택공급계획 차질 예상분양지수 '81.4'…100미만 분양시장 부정적
  • ▲ 주상복합단지 전경. ⓒ뉴데일리DB
    ▲ 주상복합단지 전경. ⓒ뉴데일리DB
    분양가산정시 기초가 되는 기본형건축비가 또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분양아파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아온 미분양단지가 속속 주인을 찾으면서 업계도 다소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다만 기본형건축비 인상으로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앞으로 심각한 공급절벽이 예상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기본형건축비 인상으로 분양가 상승세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먼지만 쌓이던 미분양물량에 내집마련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금 아니면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합리적 가격처럼 보이는 신축 미분양단지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미분양으로 속앓이를 했던 건설사로선 당장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일례로 신세계건설 경우 대구에 △빌리브 헤리티지 △빌리브 루센트 △빌리브 라디체 등을 잇달아 내놓았다가 주택시장이 악화되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이번 공사비 인상으로 수요자 인식이 바뀌면서 반등기회를 잡았다. 미분양물량 소진은 재무건전성 회복 선결과제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건설이 최근 그룹사 지원(2000억원)과 레저부문 매각(1800억원)으로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앓던 이'인 미분양물량까지 소진하면 점진적으로 재기를 노리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 시장상황은 나쁘지 않다. 미분양 사업지가 몰려있는 대구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고 미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미분양주택수는 지난해 2월 1만3987가구로 정점을 찍은뒤 11개월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1월말 기준 대구 미분양주택수는 1만124가구로 전월 1만245가구 대비 121가구 감소했다.  

    대구 달서구 B개업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여전히 지방시장은 환경이 좋다고 보기 어렵지만 지난해보다는 확실히 수요가 늘어난 감이 있다"며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바닥을 쳤던 계약률도 점차 올라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분양가가 제일 싸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져있는 데다 재건축·재개발 지연으로 해당수요가 옮겨오는 영향도 있는 것 같다"며 "지방에서도 입지가 좋고 여러 혜택을 제공하는 사업지와 그렇지 않은 곳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분양현장 판매실적이 예상보다 낮아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극적인 프로모션 등에 힘입어 분양문의와 계약이 활발해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대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외 지방광역시도 분위기가 소폭 살아나고 있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11월 부산에 공급한 '문현 푸르지오 트레시엘'은 1순위 청약경쟁률이 1.47대 1에 그쳤지만 최근 수요자가 몰리며 계약률이 90%에 육박했다.

    신세계건설뿐 아니라 지방사업장이 많은 건설사들은 이같은 미분양 수요 증가에 주목하고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지속적인 분양가 상승은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기존단지 수요를 높일 수 있다"며 "막대한 비용을 들여 미분양단지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미분양사업지 경우 대부분 지방에 몰려있어 가격경쟁력으로만 어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 ▲ 빌리브 단지 전경. ⓒ신세계건설
    ▲ 빌리브 단지 전경. ⓒ신세계건설
    건축비 인상으로 미분양주택이 재조명 받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분양가 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주택공급 계획에 부하가 걸렸다. 

    실제로 주택산업연구원 조사결과를 보면 3월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전월대비 4.8p 하락한 81.4로 나타났다. 이지수가 100미만이면 분양시장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사업자가 더 많음을 의미한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결국은 조삼모사 아니겠느냐"며 "당장은 건축비 인상 반사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추후에 고분양가 신규단지가 공급되면 다시 미분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서울과 수도권 주요입지는 청약수요가 살아나고 있어 불행중 다행"이라며 "반대로 지방사업지가 많은 건설사는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중견건설 C사 관계자는 "최근 일부 지방분양시장이 살아났다고는 하지만 몇몇 지역에 한정된 얘기"라며 "미분양 소진 속도보다 '악성(준공후 미분양)' 증가세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가 주택수 제외 등 지방 미분양 해결방안을 내놨지만 체감되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서경 주산연 부연구위원은 "청약홈 개편과 기본형건축비 인상 등으로 부정적 분양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라면서도 "추후 다자녀 기준 완화와 배우자 통장가입기간 확산, 신생아 특별공급 등이 반영된 청약제도 규첵 개정안이 시행되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